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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문 대통령 `부동산 장담 → 사과` 에서 배울 수는 없는 걸까[핫이슈] - 매일경제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금 폭탄보다 더한 징벌적 제재를 가해 부동산 투기와 투자에서 나오는 이득을 환수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 이득을 못 보면 투기·투자 수요는 사라지고 집값은 안정될 거라고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기자회견과 신년사들이 기억났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집값 안정을 자신했고 장담까지 했다. 근본 처방은 이 지사와 같았다. 투기로 얻는 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거였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마친 뒤 행사장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사진설명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마친 뒤 행사장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일주일 전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고는 대대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 이른바 2·4 공급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투기 수요 억제책으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은 거였다. 충분한 공급이 없으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지사는 문 대통령의 패착을 반복하려는 것일까?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오간다. 좀 더 나은 주택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으니 적정하게 공급하면 되는 것이고, 엄청난 규모의 수백만 세대를 순식간에 공급할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게다가 그는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을 크게 줄이고 임대로 돌리겠다고 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를 총족시키는 공급 확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신 그는 "문제는 수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은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이익이 되니까, 꼭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해도 계속 사 모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익이 없게 만들면 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취득· 보유·양도 단계에서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 거래도 어렵게 해야 한다. 금융혜택도 제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

수요 대책만 보면 이 지사의 생각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판박이다. 현 정부는 2주택자에는 최고 65%, 3주택자 이상에게는 최고 75%의 양도소득세를 매긴다. 종합부동산세와 증여세도 크게 올렸다. 취득세도 당연히 올렸다.

문 대통령도 이렇게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확신한다"고, "장담한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국민 모두가 그 결과를 안다. 집값은 폭등했다. 앞서 밝혔듯이, 문 대통령은 "송구하다"고 사과했고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투기 수요 억제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2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고율의 양도세를 부과하면 이들은 집을 매물로 내놓지 않는다. 시장에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면, 그 세금이 집값이나 임대료에 전가된다. 결국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임차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결국 집값과 전월세를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쓰겠다고 한다. 그는 "투기·투자 부동산에는 세금 폭탄 아니라, 그 이상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지금 이재명 지사는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중 한 명이다. 엠브레인 등 4개 조사 회사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43%대 33%로 승리가 점쳐졌다. 실제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 대통령의 '장담'이 '송구'로 바뀐 과정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만 같아 걱정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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