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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설리 딜스' 사건… '누군가 앱에서 날 팔고 있었어요' - BBC News 코리아

하나 칸

사진 출처, Hana Khan

인도의 무슬림 여성 수십 명은 지난 4일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온라인 마켓'에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민간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는 하나 칸의 이름도 판매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는 친구의 트위터 메시지를 받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BBC에 말했다.

해당 트윗은 칸을 '설리 딜스(Sulli Deals)'라는 사이트로 이끌었다. 모바일용 앱도 마련된 이 사이트는 여성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려두고 '오늘의 거래'라는 이름을 달아 놨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얼굴이 먼저 떴다. 다음 두 페이지에선 칸의 친구 사진이 떴고, 이어서 칸은 자신의 사진과 마주했다.

"세다 보니 83명 정도 됐어요. 아마 더 많을 거예요."

칸은 "그들은 트위터에서 내 사진을 가져왔고, 내 닉네임까지 게시했다"면서 "20일간 앱이 운영되는 동안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등골이 서늘했다"고 했다.

해당 앱은 이용자들에게 이른바 '설리'를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설리는 일부 극우 힌두교 악성 유저들이 무슬림 여성을 경멸적으로 칭하는 단어다.

물론 실제 경매 따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앱의 목적은 단지 무슬림 여성들을 모욕하는 것, 그 뿐이었다.

칸은 자신이 종교 때문에 타깃이 됐다고 봤다.

"저는 목소리를 좀 내는 무슬림 여자니까요. 우리의 입을 막고 싶었겠죠."

이 오픈소스 앱의 기반 플랫폼인 기트허브(GitHub)는 신고가 접수되자 즉각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

기트허브는 성명에서 "이용 정책을 위반한 모든 이들에 대해 조사를 거쳐 계정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은 여성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앱에 올라와 있던 여성들은 모두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무슬림들이었다. 언론인, 활동가, 예술인, 연구자 등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 계정을 닫았다. 많은 이들은 또 다른 위협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 피해 여성은 "당신이 얼마나 강인하든, 당신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대중에 공개된다면 겁에 질릴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일부 피해 여성들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 변태들과 싸우겠다"고 선언하는 식이었다. 수십 명이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WhatsApp) 단체 대화방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칸 등 일부 여성들은 경찰에도 사건을 접수한 상황이다.

하나 칸

사진 출처, Hana Khan

다른 유명인사들과 활동가들도 이 같은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이 이 앱의 배후에 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앱 제작자들은 가짜 신분을 썼다. 그러나 인도 야당 소셜미디어 담당자인 하시바 아민은 주기적으로 무슬림, 특히 무슬림 여성을 공격해 온 몇 개의 계정들을 지목했다. 이 계정들은 우파 정치 세력을 공공연히 지지해 왔다.

아민은 이런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5월 13일은 무슬림들의 전통 축제, 이드(Eid)였다. 이날 한 유튜브 채널은 '이드 특집'이라며 인도와 파키스탄 무슬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경매 생중계를 열었다.

칸은 "사람들이 5루피(67센트), 10루피씩을 걸면서 여성들의 신체를 품평하고 강간 위협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민 역시 한 익명 계정이 트위터에서 자신을 '경매'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칸은 "많은 이들이 나를 모욕하고 내 신체를 평가하며 역겨운 성행위를 묘사했다"고 말했다.

칸은 트위터의 이 경매 놀이꾼들이 설리 딜스 앱과 문제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과 동일 인물일 것이라 믿고 있다. 이 유튜브 채널은 현재 폐쇄됐다. 지난 한 주 사이 트위터도 설리 딜스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들을 정지시켰다.

인도의 무슬림 여성들

사진 출처, AFP

운동가들은 이 같은 온라인 폭력이 "여성들을 무시하고, 겁박하며 결국엔 입을 닫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주 전 세계에서 200명 넘는 배우와 음악가, 언론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페이스북과 구글, 틱톡, 트위터 최고경영자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여성의 안전을 우선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은 21세기식 마을 광장입니다. 토론이 벌어지고, 집단이 만들어지며 물건이 사고 팔리고, 평판이 형성되는 곳이죠.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이 디지털 광장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지난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인도의 온라인 폭력을 조사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더 활발히 자기주장을 하는 여성일수록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됐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공격 목표물이 되기 쉬운 것처럼, 인도에선 소수 종교를 믿거나 낮은 카스트 출신인 여성들이 더 쉽게 폭력을 당했다.

인도 앰네스티의 나지아 이룸 전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무슬림 여성이 매우 적다며 이들마저도 '늘 공격의 목표물이 되고 쫓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는 이 같은 공격 방식은 교육 받은 무슬림 여성들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시도입니다. 이 여성들은 이슬람 혐오주의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목소리를 내죠. 그들은 이런 여성들의 입을 막고, 여성들에게 모욕을 주며 이들의 공간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아민은 공격을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겁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민에 따르면 최근 무슬림들을 상대로 벌어진 상당수 범행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지지자들의 독려와 지지를 받았다. 한 내각 장관이 무슬림을 공격해 유죄 선고를 받은 힌두교도 8명을 치켜세우는 일도 있었다. 신임 방송부 장관은 지난해 인터넷에서 널리 퍼진 영상에서 힌두교도들을 향해 "무슬림들을 쏴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설리 딜스' 피해자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길은 길고 고단하다. 그러나 이들은 굳게 결심한 상태다.

칸은 "경찰이 범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재판정으로 갈 것"이라며 "끝까지 가겠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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