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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산골마을에서 '농활 아닌 도활' 봉사했어요” - 한겨레

[짬] 한양사이버대 동아리 ‘442모난옥돌’
지난 6월26일 서울 은평구 녹번산골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함께한 한양사이버대 여옥경(한가운데) 교수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동아리 ‘442모난옥돌’ 회원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지난 6월26일 서울 은평구 녹번산골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함께한 한양사이버대 여옥경(한가운데) 교수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동아리 ‘442모난옥돌’ 회원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은평역에서 내려 2번 출구를 나와 채 400미터가 되지 않는 곳에 녹번산골마을이 나타난다. 마지막 100미터 구간은 가파른 언덕이라 거의 산행이나 마찬가지다. 숨을 고르며 막바지에 오르면 시와 그림이 있는 벽이 등장한다. “여보! 운전수 양반 여기다 내버리고 가면 어떡하오! 녹번리까지만 날 데려다주오….” 1950년 한국전쟁 때 납북되기 직전까지 3년간 이곳에 초당을 짓고 살았던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작품 ‘녹번리’ 한 구절이다. 지금이야 시멘트 포장이라도 되어있지만 그 옛날 시인이 한 잔 걸치고 돌아오던 밤 고갯길은 더욱 멀고 고달팠을 것이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서민 공동체 지역인 녹번산골마을에 지난 26일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농활 아닌 도활’을 위해 모였다. 이들은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의 봉사동아리인 ‘442모난옥돌’ 회원들이다. 지난해 4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모난돌이 여옥경 교수를 만나 옥돌이 되는 과정”이란 뜻을 담아 결성했다. ‘442모난옥돌’과 이들의 지도교수인 여 교수를 이날 현장에서 만나봤다.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학생들 작년 결성
엔지니어링·도시재생 등 전공 살려
여옥경 지도교수 함께 ‘도시녹화’ 활동
지난 26일 은평구 녹번산골 정원가꾸기
주민들과 협의해 꽃화분 40여개 배치
“행복한 어르신 포럼·당산제 등 계속”
서울 은평구 녹번산골마을 입구에 있는 정지용 시벽에 ‘녹번리’가 새겨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은평구 녹번산골마을 입구에 있는 정지용 시벽에 ‘녹번리’가 새겨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학생들은 이날 시민주도 도시녹화사업으로 녹번산골마을 곳곳에 장미, 만수국, 채송화 등 꽃화분 40여개를 배치했다. 가랑비를 맞으며 직접 화분을 옮기던 여 교수는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학생들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계획부터 엔지니어링, 건축사, 설계사, 도시재생, 문화기획 등 다양한 일을 하는 동아리 회원들이 모였고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졌다. 서울시에서 공모사업을 한다는 정보가 있어 지원서를 쓸 때 내가 지도를 한 인연으로 오늘 현장에도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녹번산골마을 주민들은 ‘도시녹화사업’을 원했고 마침 동아리에서 올린 제안서가 채택되어 이 산비탈 마을에서 봉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마을 대표와 주민들과 동아리 학생들이 몇차례 협의한 끝에 ‘정원을 꾸미자는 사업 주제부터 심을 꽃의 종류 선정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이 마을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과연 ‘도시녹화사업’일까? 마침 학생들의 도시활동 현장에 필요한 것이 없나 살피러 나온 마을 대표 전병도(40)씨에게 물었다. 그는 “사실 더 급한 것은 마을의 공동주차장 설치 같은 사업이지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원 꾸미기도 실질적인 효과는 있다. 마을 진입로와 북한산둘레길이 이어져서 등산객들 출입이 잦으니 마을을 화사하게 보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마을 입구가 허름하게 보여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휴지도 버리고 막걸리 빈통도 버려 쓰레기장처럼 되기도 했단다. 그런데 화단을 꾸미고 꽃도 피어나니 “사람 사는 동네구나, 버리면 안되겠구나”라면서 외부인들의 태도도 달라지더라고 했다. 예쁘다면서 사진도 찍어가고 그런단다. ‘442모난옥돌’의 도활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전 대표는 “사실 우리 마을은 재개발을 하지 않아 집들이 모두 오래되어 문짝도 덜렁거리고 전깃줄이 삭아서 끊어지는 등 소소하게 손볼 곳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70대 이상 어르신들이라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온 학생들이 건축도시공학과 동아리이니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며 기대했다. 그러자 도활에 참가한 김민규 학생은 “7년째 인테리어 사업을 해서 도배, 목공, 페인트, 방수, 타일 등 다 할 수 있다.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각자 전문분야에서 일한다. 저마다 뭘 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살펴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옥경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442모난옥돌’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녹번산골마을에서 ‘도활’을 할 예정이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여옥경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442모난옥돌’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녹번산골마을에서 ‘도활’을 할 예정이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서 여 교수는 “대부분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가을엔 ‘우리 동네에서 행복한 어르신’이라는 주제로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발제자로 직접 참여해 동네에서 행복했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전문가 집단에서는 주민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학생들 중에 문화기획 전문가도 있어서 마을 축제와 당산제 준비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못 하는 게 없다”고 자랑했다. 마을 주민 조영분(70)씨는 “4년 전 이곳으로 왔는데 녹번이 최고다. 어르신들도 좋고 젊은 대표는 인터넷으로 물건 구매도 대신해주고 해서 최고다. ‘기자 양반’ 잊지 말고 우리 마을에서 만들어 파는 청국장도 꼭 홍보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 말에 학생들과 주민들 사이에 한바탕 웃음꽃이 터졌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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