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한신대 교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7인의 역대 대통령 평가를 해보는 의미 있는 판이 열렸다. 2022년 대선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이라는 제목의 세션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환 의원의 공동 주최로 6월 8일부터 7월 20일까지 매주 1회 오후 7시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진행된다. 대한민국 대통령 7인의 분투사 속에서 이 시대의 과제와 지도자의 덕목을 찾고 시민과 함께 기억과 망각의 역사를 넘어서고자 마련됐다.
각 세션은 △이승만(6월 8일) △박정희(6월 14일) △전두환(6월 22일) △김대중(6월 29일) △김영삼(7월 6일) △노태우(7월 13일) △노무현(7월 20일) 순이다. ‘역사는 그들을 왜 선택했고, 그들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시사오늘>이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1. 이상주의적 현실론자
DJ는 외치(外治)에서 이상주의적이면서도 철저한 현실론자였다는 평가다. 지난 29일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김대중 다시 읽기, 민주에서 공화로’ 제목의 화상 특강에 나선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이 점을 높이 샀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강력하게 비판했고, 안보 역량을 탄탄하게 갖춘 한미동맹 기반 위에서 햇볕정책을 구사했다. 급진적 민족주의 논리와는 거리를 뒀으며, 감정적으로 외교를 다뤄서는 안 됨을, 서생의 문제 인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랬기에 1964년 한일 회담에는 반대해도 한일 동맹을 위한 기본 전략은 지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이는 국민의 정부 기간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과의 관계에서 최선의 외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선구자적 자세로 IT산업 및 정보통신산업 기반 구축(정보통신 기반은 김영삼 정부 때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 마무리됐다)에 앞장서면서 오늘날 BTS(방탄소년단) 출현의 한류 문화 강국 르네상스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2. 실사구시형 리더
내치(內治)에서도 DJ는 화해와 포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치보복의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DJ는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박정희 기념관을 세워 국민통합 정책을 지향했다. 민주화를 함께한 동지들 대신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탕평 정책을 폈다.”
나아가 “국민 기초생활법 제정 등 복지사회 구현과 법치주의 및 의회주의, 민주주의에서 공화로의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DJ와는 반대 행보라고 윤 교수는 꼬집었다. “정치보복을 제도화하다시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난제는 또 어떤가.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 위기를 겪고 있다. 비민주적 자유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인민을 앞세운 비자유적 민주주의도 문제시 되고 있다. 공화정 위기를 초래하고, 권력 견제 및 균형은 사라지고 있다. 법에 따른 지배가 아닌 인치(人治)가 압도하고 있다. 적대적 진영 논리에 빠져 사회경제적 자유마저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퇴보하는 중인 것이다.”
문제점들이 열거된 가운데 윤 교수가 꺼낸 화두가 있다. “만약 이런 현실에서 DJ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앞으로 “100년은 이어질 것 같은 21세기 미중 패권 경쟁의 격랑 속에서 DJ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적어도 “현 정부처럼 저자세로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을 상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보여주는 지금의 이 방식이 과연 남북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는 회의적 시각이 강하게 묻어나오는 순간이었다.
3. 만약 DJ였다면?
강연이 한창 진행 중이던 이날 저녁은 비가 스치듯 왔다. 어스름함을 더했다. 화상 강의여서인지 참가 인원이 전처럼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연 내내 현장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높은 듯 보였다. 빼곡히 몇 장의 종이에 기록하는 사람, 상체를 앞쪽으로 옮겨 바짝 집중해 듣는 사람 등 밀도 높은 시간으로 채워졌다. 토론 역시 예정된 시간을 훌쩍 초과했다. 다들 아랑곳하지 않고 열띤 질문 세례를 보냈다.
우석대 홍석빈 교수는 토론 발제에서 DJ가 후진 양성을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우 교수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DJ에게 주어진 역사적 민족사적 의미는 완성됐지만, DJ 대통령 시절 커나간 진보진영 내 586세대 정치인들이 보여준 작금의 실패로 볼 때 결국 정치인 양성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중 가운데 쏟아진 질문들은 또 다른 여운을 남겼다. “DJ는 영호남 통합에 앞장섰다. 그런데 왜 오늘날 지역갈등은 더 심화된 것처럼 보일까.”, “치적은 훌륭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책임론도 공론화돼야 하지 않나.”,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가 나올 거라는 전망처럼 세대 갈등, 불평등 격차가 커지고 있다. DJ정부 당시 IMF 수습 과정 중 나타난 586 기득권과 민주 노총 간 동맹이 결국 고용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한데, DJ였다면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
윤 교수는 “지역갈등 심화는 정치 공학 탓”, “시장을 존중하는 실사구시형 정책 필요”, “대한민국 안보를 지켜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고, 그래야 자유가 보장된다”, “DJ였다면 북한 인권문제에 눈 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답변을 전했다.
4. 사회적 합의의 과제
대한민국 국민에 던진 질문도 이참에 제기됐다. 윤평중 교수가 안긴 고민이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지폐처럼 다른 나라들은 건국의 아버지들 등이 화폐를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유학자 율곡 이이처럼 조선 시대 인물들이 다일 뿐이다. 광화문 동상도 세종대왕이 세워져 있다. 세계적으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주석의 동상을 사회적 합의에 거쳐 광화문에 세울 수가 있나. 박정희·김대중 두 대통령의 초상화가 십만 원 등 화폐에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는가. 사회적 합의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자명한 대한민국은 과연 모두에 좋은 나라인가. 퇴행적 대한민국 역사 앞에서 자문자답하길 바란다.”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이런 물음도 보태졌다. 사회를 맡았던 주대환 시대전환 대표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준비된 대통령은 뭔가. 어느 정도 준비해야 준비된 대통령일까. 당신들 중 누가 준비됐나. 떳떳이 준비됐다고 말할 수 있나.”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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