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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학생활①] “방구석 캠퍼스에서 '고4'된 기분” - 한겨레

[코로나 대학생활①]
코로나 대학생활 2년차
올해도 비대면 수업 ‘필수’
동아리는 유지에 안간힘
2월 22일 낮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월 22일 낮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캠퍼스에 봄이 왔지만, 학생들의 마주봄은 쉽지 않다.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식사를 하고, 동아리방에 가거나, 스터디 모임을 하는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1년 대학생활의 시작과 끝은 모두 ‘노트북 모니터’였다. 캠퍼스는 ‘방과 거실’이었다. <한겨레>는 코로나19가 바꾼 대학 생활의 풍경을 들여다보고, 갑갑한 현실 속에서도 새학기를 맞아 분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019년 12월, 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박민정(20)씨는 뛸 듯이 기뻤다. 길었던 수험생활의 보상을 한번에 받는 것 같았다. 온종일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문제를 푸는 수험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으로 들떴다. 취업난에 대학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을 거라 짐작하지만, 당장은 새내기라는 이름을 즐기고 싶었다. 엠티도 동아리 활동도 궁금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그에게 캠퍼스는 ‘방과 거실’이었다. 코로나19가 그의 기대를 모두 무너뜨렸다. 해를 넘겨 다시 3월을 맞았지만, 박씨의 ‘모니터 앞 대학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 대학생활 2년차, 박씨와 같은 대학생들은 이제 갑갑한 현실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새학기를 맞은 ‘코로나 대학생’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 캠퍼스는 모니터였다
지난해 2월 말,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학들은 잇따라 개강을 늦췄다. 박씨의 학교는 개강을 3월 중순으로 연기하겠다며, 1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새터(새내기 배움터)나 오티(신입생 오리엔테이션)는 취소됐다.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박씨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숙사 배정도 취소됐다. 학교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숙사 수용 인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이 안 됐다. 어차피 캠퍼스는 방과 거실이었다. 종일 방 안에서 수업을 들었고, 공강 시간엔 거실에 나가 쉬었다. 동기의 얼굴도 화면을 통해 익혔다. 수업도, 과제도, 시험도 모니터를 벗어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4학년이 된 기분이었어요. 인터넷으로 강의 듣고 집에서 숙제만 하는 생활이 반복됐으니까요.” 수업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다. 박씨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1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7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3%가 ‘원격수업으로 인해 수업 내용 등에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자연스레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1학기가 끝난 지난해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대학생 1만1105명에게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9.3%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강의실에 앉아본 건 지난해 10월30일이다. 교양 수업 중간고사가 대면으로 진행됐다. 강의실에 들어가니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동기와 선배들이 다 섞여 있는 수업이었는데 아는 사람을 한명도 못 봤어요. 거리두기로 자리를 멀찍이 떨어뜨렸고 본인 확인만 하고 시험 치고 나왔거든요. 토익시험 보고 온 느낌이에요.” 올해도 이런 생활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알바콜이 2월16~18일 대학생·대학원생 614명에게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의 새학기 수강 학점은 평균 14.4점, 그중 비대면 과목 수강 학점은 11.6점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주 1회 정도 학교를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가 주변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자취방 수요가 30~80%가량 줄었다고 말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ㄱ씨는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보다 자취방 수요가 8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여기서 13년이나 있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해 8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반기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및 등록금 반환소송 취하 강요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해 8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반기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 및 등록금 반환소송 취하 강요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축구 동아리, “온라인 게임 리그로…”
비대면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교정은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모임이 방역의 ‘위협’이 되면서 학내 축제와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강원도 춘천시의 한 대학에 다니는 4학년 양현욱(24)씨는 학내 행사가 취소될 때마다 속이 상했다. 그가 속한 힙합동아리는 공연 준비가 활동의 전부인데, 무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1월 초 (확진자가 적을 때) 동아리 경연 무대에 딱 한번 서본 게 지난해 유일한 활동이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학교 안 동아리방과 체육시설은 폐쇄됐다. 강의실이나 동아리방도 집합 인원 제한 때문에 학생들이 모이기 쉽지 않았다. 축구 동아리를 하는 윤진호(23)씨는 “지난해 2학기엔 운동장 개방이 안 돼 학생들이 모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온라인 축구 게임 리그를 열어 우승자를 가리는 이벤트를 했다”고 씁쓸해했다. 신입부원을 모집하는 일도 어려워져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동아리도 늘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아 홍보도 어렵고, 신입회원이 동아리를 탈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씨는 “20학번이 회원으로 들어왔지만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신입회원들도 활동을 못 해 재미를 못 찾았다. 중간에 나가는 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실을 받아들이며 동아리를 애써 유지하는 게 목표다. 발표 동아리 소속인 김아무개(21)씨는 “발표는 장소를 빌려 실제 발표 환경에 맞춰 연습해야 하는데, 지난해 사실상 활동을 못 했다”며 “올해는 1월부터 줌이나 행아웃을 활용해 화상으로 진행하는데, 실제 발표하는 것처럼 얼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전신을 비춰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숙명여자대학교 2021학년도 신입생 환영회가 2월23일 서울 용산구 학내에서 유튜브 및 줌을 활용한 비대면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숙명여자대학교 2021학년도 신입생 환영회가 2월23일 서울 용산구 학내에서 유튜브 및 줌을 활용한 비대면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어짐: [코로나 대학생활②] 랜선 술모임, 랜선 동아리…코로나 대학 ‘뉴노멀’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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