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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에서 부동산·명품 구입, 대학축제, 회사근무까지...메타버스 이모저모 - 한겨레

코로나 속 가상세계 ‘활짝’
부동산게임서 압구정 땅 헐값에
구찌·나이키 의류도 몇천원선
현금 들여도 생생함에 큰 인기
100㎡ 당 20억원에 가까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땅을 단돈 2만5천원(22.7달러)에 사고, 한 벌에 500만~1천만원까지도 값이 나가는 명품 브랜드 구찌의 원피스를 3800원에 살 수 있는 곳.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한 온라인 공간,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열리기 어려운 대학 축제, 신입사원 집단교육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실감나게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떠오르는 가상세계를 들여다봤다.
가상 부동산 게임 어스2에서 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지역의 모습. 한국, 미국 등 국적의 이용자들이 대부분의 땅을 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상 부동산 게임 어스2에서 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지역의 모습. 한국, 미국 등 국적의 이용자들이 대부분의 땅을 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기존의 가상현실 개념보다 훨씬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일상 생활이나 소통을 하는 개념이다.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미국의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고 있다.
값비싼 부동산과 명품 의류 싸게 사며 대리만족
가상 부동산 게임 ‘어스2’가 화제다. 지도를 보고 가로, 세로 10미터 크기에 해당하는 타일(땅)을 현실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듯 사고파는 게임이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를 이용해 타일을 살 수 있다. 값이 오르면 되판 뒤에 현금화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게임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전 세계의 타일 당 가격은 0.1달러였지만, 20일 기준 한국 지역의 타일 당 가격은 2만5천원(22.7달러) 정도다. 미국(57.9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게임 이용자들은 서울 압구정동이나 한남동처럼 현실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부터 사들이고 있다. 한국 국적의 어스2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가진 자산 규모는 50억원(492만달러) 정도다. 국적불명(837만달러), 미국(712만달러)에 이어 3위다.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한국 국적 이용자는 7만5121달러로 확인된다. 어스2를 ‘현대판 봉이김선달’, ‘제2의 비트코인’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가상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데 현금으로 거래를 하고 가격도 오르고 있어서다. 실체가 불분명한 자산이 비트코인처럼 순식간에 가격이 오르내리면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또 갑자기 어스2가 문을 닫으면 게임을 하면서 지불했던 돈을 그대로 날릴 수 있는 위험도 크다. 수백만원대 명품 의류도 가상세계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네이버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경우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지난 2월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와 협업을 하고 있다. 구찌의 옷은 현실에서는 한 벌에 1천만원까지도 하지만, 제페토에서는 원피스는 3800원, 자켓은 23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나 엠엘비(MLB)의 의류 상품이나 방탄소년단(BTS), 있지(ITZY), 셀레나 고메즈 등 유명 연예인의 의상도 무료 혹은 5천원 이하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나이키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출시한 것과 똑같은 제품을 제페토에서도 판매했다. 제페토에서의 판매량이 현실에서의 판매량보다 많았다.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총학, 가상공간서 봄 축제
코로나에 교류 막힌 학생들 관심
전면 원격근무에 가상회의실 활용
입사자들엔 3D 사옥 지도로 안내
축제, 신입사원 교육, 근무…현실에서 모이기 어렵다면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봄 축제를 진행한 숭실대 총학생회. 개더타운에 구축한 캠퍼스 모습. 숭실대 총학생회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봄 축제를 진행한 숭실대 총학생회. 개더타운에 구축한 캠퍼스 모습. 숭실대 총학생회 제공
대학 봄 축제를 가상 공간에서 연 사례도 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지난 20~21일 개최한 축제에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사용했다.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가상의 공간에 학교 건물을 그대로 구현했고, 실제 대학 축제처럼 각 동아리와 단과대에서 부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었다. 축제에 참가한 재학생들이 캐릭터의 모습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다른 학생과 마주치면 줌처럼 화면이 켜지며 서로 얼굴도 볼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했던 미로 찾기, 오엑스 퀴즈 등 게임도 했다. 사회과학대가 운영한 ‘고민 상담 부스’는 유독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건국대도 지난 17~19일 열린 축제에 ‘건국 유니버스’라는 가상 공간을 구축해서 온라인 상에 꾸며진 캠퍼스에서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방탈출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김채수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로 1~2학년 학생들은 입학 후 학교에 제대로 온 적이 없다. 이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애교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메타버스 봄축제’를 기획했다”며 “‘아직 학교에 가본 적이 없는데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학우들의 축제 후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봄 축제를 진행한 숭실대 총학생회. 개더타운에 구축한 캠퍼스 모습. 숭실대 총학생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봄 축제를 진행한 숭실대 총학생회. 개더타운에 구축한 캠퍼스 모습. 숭실대 총학생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지난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개더타운에 가상 사무실을 열었다. 사무실 모양이 그려진 가상 공간에 직원 개개인의 캐릭터가 출근하고, 동료에게 말을 걸고 싶으면 방향키를 조작해 그림 속 캐릭터를 움직여서 동료에게 다가가야 한다. 걸어가는 길에 장애물이나 다른 사람이 서 있으면 돌아가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화상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상의 사무실에 마련된 회의실을 오프라인에서처럼 미리 예약을 하고 사용해야 한다. 직방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사무실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상 사무실을 꾸몄다”며 “오프라인에서의 업무 경험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성질을 첨가해 가상 공간에서도 업무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제페토를 활용해 신입직원 입문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네이버. 제페토에 구현된 네이버 사옥 모습. 네이버 제공
올 1월 제페토를 활용해 신입직원 입문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네이버. 제페토에 구현된 네이버 사옥 모습. 네이버 제공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네이버는 올 1월 10일간의 신규 입사자 입문 프로그램에 제페토를 활용했다. 코로나19 이후에 직장을 옮긴 직장인들 중에는 새 회사에 오자마자 재택근무를 하게 돼 회사에 빨리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네이버는 제페토에 네이버 사옥인 그린팩토리 3D 지도를 개설해 가상 공간에서 사옥을 둘러보고 동기들끼리 아바타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했다. 회사 이름이 적힌 티셔츠와 네이버의 상징인 날개모자 등 제페토 아이템도 나눠주기도 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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