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AMPAS/Reuters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가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최초,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중국 출생으로 영국에서 유학한 미국인 자오의 세 번째 영화 '노매드랜드'는 작품상도 수상했다.
자오의 다음 작품은 마블의 코믹 블록버스터 영화 '이터널스'다.
클리오 자오는 누구인가?

사진 출처, Searchlight
자오는 이날 캐스린 비글로가 영화 '허트 락커'로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 된 지 11년 만에 오스카 상을 수상했다.
올해 39세의 자오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독특하고 재능 있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왔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자오의 아버지는 철강기업 경영진 출신이며 의붓어머니는 유명한 중국 코미디 여배우인 쑹단단이다.
자오는 23일(현지시각) 감독상 수락연설에서 “최근 인생이 어려워질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릴 적 배웠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자랄 때 아버지와 게임을 했다. 중국의 고전 시와 글을 외우는 게임인데, 함께 암송하며 서로의 문장을 완성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삼자경(the Three Character Classics)'이다. 첫 문장이 '사람은 태어날 때 성품이 본래 선했다' (인지초(人之初) 성본선(性本善)로 시작한다. 그 여섯 글자는 어릴 적 나에게 큰 영향을 줬고, 지금까지 이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자오는 또 “그 반대가 진실인 것 같이 보일 때도 나는 항상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선함을 찾아왔다. 그러니 이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신의 선함을 지킬 용기와 믿음이 있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당신을 위한 상입니다. 당신이 계속 제게 나아갈 수 있는 영감을 줍니다.”
중국 내 찬사와 논쟁
중국과 자오의 관계는 자오가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다”고 표현하면서 껄끄러워졌다.
그는 당시 “어린 시절 내게 주어진 정보가 전부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가족과 배경에 대해 반항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오의 수상 이후 중국 정부는 노매드랜드의 중국 개봉 가능성이 의문에 빠진 가운데, SNS에서 노매드랜드와 관련한 맨션과 마케팅을 검열했다.
그러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자오가 수상 연설에서 중국어를 하는 등 중국인으로서의 배경을 드러낸 것에 대해 그를 "중국의 빛"으로 칭하는 등 칭찬이 쏟아내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그의 연설이 깊은 정치적 의미를 지닌 것 같다며 “영리한 사람이라면 중국 시장을 버릴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사용자들은 자오가 감독상을 받았음에도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오스카 혹은 자오. 감독의 이름이 들지 못한 데 대해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오스카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자오 감독 논란 및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 후보 지명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10대 시절의 불안감
자오 감독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1990년대 중반 14세의 나이로 영국 브라이턴으로 건너가 유학했다.
기숙 학교 브라이턴 칼리지의 전 선생인 앨리슨 위더스는 BBC에 “자오에 대해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그가 도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오가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왔지만 언제나 우리의 방식에 대해 질문했고, 기꺼이 스며들고자 했다. 매우 밝은 아이였고, 아주 빠른 속도로 영어를 습득했다"고도 말했다.
자오는 영국에서 보낸 시절을 스스로는 “매우 감성적인” 시절로 기억했다.
그는 영국 전국 조간 신문 i와의 인터뷰를 통해 “10대 시절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창의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오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 2010년 스파이크 리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뉴욕대 산하 티시 예술학교 대학원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에 발을 들였다.
이 시기가 자오에게 특히 주요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첫 장편 영화인 '내 형제가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Brothers Taught Me)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사우스다코타 아메리칸 원주민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로, 비전문 배우들로 촬영이 이뤄졌다.
자오는 뉴욕대에서 친구이자 파트너도 찾았다. 추후 자오가 감독한 세 편의 영화를 모두 함께 제작하게 되는 영국 남서부 펜잔스 콘월 출신의 동료 대학원생 조슈아 제임스 리처즈를 만난 것이다.
촬영 감독 제임스 리처즈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취향과 시각적으로 끌리는 것이 비슷해 유대감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리처즈는 노매드랜드로 오스카 촬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자오는 '형제들이 가르쳐준 노래'를 작업하던 중 '브래디 잰드로'라는 로데오 라이더를 만났고, 그를 중심으로 다음 영화를 기획했다.
2017년 개봉한 '더 라이더'는 로데오 중 낙마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사고 후유증을 겪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브래디 잰드로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자오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를 제작 총괄로 기재했다.
'항상 이방인처럼 느껴왔다'
더 라이더는 미국 영화비평가협회와 BBC 라디오4의 영화 프로그램이 뽑은 올해의 최우수 영화이기도 하다.
자오와 리처즈는 더 라이더를 통해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둘은 이 영화에 한 개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는데, 관객이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하기 위해 때때로 황금빛 햇빛에 휩싸인 넓은 공터에서 촬영하는 등 허구적인 현실의 형태에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오는 최근 텔레그래프지에 이 작품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설명하며 “나는 살면서 어디를 가든지 항상 이방인처럼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변방에 살거나, 주류의 생활방식을 살지 않는 이들에게 끌린다"고 덧붙였다.
자오는 밴을 집으로 삼으며 사는 사람들, 일시적이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종종 해방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라는 2017년 출간된 제시카 브루더의 책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끌렸다.
자오는 이 책 속의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들 중 몇 명을 주인공 페른(Fern)과 함께 영화에 출연시켰다.
페른은 극중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했다.
영화 속 페른은 남편과 사별하고 그가 고향으로 여기던 마을과 회사가 모두 망한 이후 유목민의 삶을 택한다.
이 영화는 토론토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받은 첫 영화가 됐으며, 지난 9월부터 유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자오는 브루더가 원작 책에서 언급했던 아마존 창고 내의 문제들을 영화에서는 얼버무리고 넘어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조차 영화의 수상을 막지는 못했다.
또 자오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받아들여지는 일 역시 막지 못했다.
자오는 다음 영화에서 블록버스터의 세계에 진출했다.
자오는 그가 가진 독특한 시선과 기법을 안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리처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가 불멸의 슈퍼히어로로 출연하는 마블의 코믹 블록버스터 영화 '이터널스'에 투영할 예정이다.
자오는 10년간 마블 유니버스의 팬이었다며 "마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꺼내놓았는데, 내게 맞는 프로젝트가 찾아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터널스는 11월 출시 예정이다.
자오는 이후 드라큘라에 관한 "미래적이고 공상적인 서부" 영화 촬영에 참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로데오 라이더가 됐든, 만화책 영웅이 됐든 영화 속에서 풍요롭고 설득력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버라이어티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질에 충실하면서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납니다. 제게는 (슈퍼히어로의 세계를 담는 것도) 로데오 카우보이들의 세계를 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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