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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입장에서 바라본 실손보험 개선방향 - 의학신문

서인석 <br>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실손보험은 환자의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의 부담을 경감시켜 줌으로서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과도한 혜택을 주는 실손보험 상품은 가입자로 하여금 보험의 본질적 가치보다 2차적 이득으로 왜곡된 현상을 만들었다. 이런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그간 실손보험 표준화를 시작으로 올해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되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012년 12월 21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표준형 단독 실손의료보험 판매가 2013년 1월부터 시작된다고 하였고,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 자기부담금 다양화, 보험료 및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 하였다.

금융위는 2017년 3월에도 “4월 1일 부터 ‘착한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됩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끼워팔기 금지(2018.4.1시행 예정)라 하여 다시한번 실손보험 단독판매를 강조하였으나, 다른 보험상품 ‘끼워팔기’가 성행한다는 정책실패에 관한 기사들만 나왔다.

이 기사들을 종합하여 생각해보면, 실손보험은 ‘얼굴마담’역할을 하며 결국 실손보험 판매는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나, 3900만 가입자를 만들어 낼 정도로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많이 판매한 이유는 실손보험과 같이 끼워파는 생명보험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손보험사는 손해율 증가의 원인을 일부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주장하지만, 가입자의 과도한 이익을 강조해서 ‘끼워팔기’한 결과라면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 실손보험과 의료계 사이에는 실손보험 청구 의무를 병의원, 약국을 포함한 요양기관에 부과하는 보험업법개정 이슈가 있다. 가입자의 청구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는 보험금을 받은 보험사에 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보험사는 쏙 빠지고 이를 가입자와 요양기관의 갈등 구조로 몰고 갔다. 보험사가 낙전수입(실손보험 가입자가 청구안함으로서 보험사가 얻는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실손보험 청구의무화가 실행되면 어떤 결과가 올까?

아마도 초기에는 낙전수입 감소로 손해율은 증가하나 결국 갱신시 인상 보험료에 반영되어 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것이다. 또 청구의무화는 정신과 같은 예민한 정보나 본인부담이 얼마 되지 않은 질병치료 정보까지 모두 보험사로 전달되어 결국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다.

체계적으로 축적된 가입자의 정보는 보험금 청구시 과거병력 등을 통해 지급심사를 하고, 또 보험을 갈아탈 때 지급 거절, 가입 거절 등 불리한 정보로 작용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보충형 민간보험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마치 전체로 일반화 하거나 의료기관에 실손청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마치 가입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보험료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주는 잘못된 보험상품 개발의 책임을 남탓 하는 것 또한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진정 보험사도 건전하게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원한다면 실손보험은 대폭 바뀌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실손보험의 개선안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실손보험 상품 개발단계에 의료계 참여가 필수적이어야 한다. 임상현장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고 의료제도는 상시 변화한다. 보험사가 주장하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은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키지 않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인데 오남용 가능성 높은 질환군별 횟수, 보장상한금액을 설정함으로서 상품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 보장범위 중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은 제외해야 한다(선별급여 같은 본인부담금이 높은 경우는 예외).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은 의료이용에 관한 무분별한 이용을 막는 보험원리의 최소한의 장치이다.

실손보험은 이런 공보험의 목적을 무력화하는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지금에서야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기관 과이용을 문제 삼는다. 이는 보험상품 구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가입자의 청구편의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현재 청구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보험사가 주장하는 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자산이다. 이를 민간보험사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준정부기관원 역할과도 맞지 않고 건강보험 체계와 다르기 때문에 할 수도 없다.

지앳넷, 메디블록 등 이미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의료계와 협의하여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다. 되지도 않는 보험업법 개정에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보험사들인 이런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거부감 없는 청구간소화 제도를 보험금을 받은 보험사들이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지급분쟁에 대한 중립적인 기구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의학적 자문은 대한의학회에, 분쟁에 관한 사항은 한국소비자원 등 돈을 주는 보험사가 아닌 제3의 기구를 활용해야 한다. 이는 보험금 지급심사의 투명성과 실손보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실손보험의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다. 의료제도는 유기적이며 자극을 주었을 때 좋은 방향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왜곡된 방향으로 나간다.

근본적으로 가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잘못 설계된 실손보험의 근본원인을 개선하고 향후 출시되는 보험상품은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여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또 가입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청구간소화는 보험료를 받은 보험사가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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