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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한 줄] 도시에서 전기를 마음껏 쓰는 건 온당한가? - 한국농어민신문

[한국농어민신문]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에서는 전기를 많이 쓰는 대공장과 대도시 때문에 조용한 시골마을이 망가지고, 지역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정의롭지 못하고, 지역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중에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는 관리비가 쌌다. 아파트 옥상에 통신사 중계기가 달려 있어 통신사로부터 받은 임대료 중 일부를 관리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관리비가 싼 건 좋았지만 한편에선 ‘통신사 중계기가 있으면 전자파가 심해 반대하는 아파트도 많다는데 우린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초고압 송전선로 때문에 고통받는 지방의 작은 마을 사람들이 많다. 최근 한전에서는 동해안~신가평 500kV의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횡성군과 홍천군에는 추가로 120여 기의 송전탑이 들어선다. 주민의 반대에도 한전에서는 송전선로 건설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송전선로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대공장과 대도시에서 풍족하게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은 언제까지 희생되어야 할까? 도시에서 통신사 중계기의 전자파를 걱정하고 있을 때 시골 마을에서는 송전탑 부근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 마을이 송두리째 파괴됐던 10년 전 밀양에 대한 기억은 벌써 잊혔는가.

송전탑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분산형 발전’이 세계적 추세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중앙집중형 발전’ 방식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 고압 송전선로는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 가까운 곳에서 만든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래야 에너지 정책에서조차 차별받는 지방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지만 얼마 전 서울 강남구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려는 계획에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던 것처럼 도시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시에서 사용하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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