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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머나먼 카불에서 울리는 알람 - 매일경제


2021년 8월 하순의 카불은 1975년 4월 사이공과 매우 흡사했다. 당시 남베트남에는 보트피플이 많았는데, 바다가 없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수송기 피플이 많이 생겼다. 그들에게는 쉽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만 나라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미래는 정말 참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쌍한 아프간인들의 운명보다도 이번 아프간 실패 이후 미국의 정치 변화, 특히 그 변화 때문에 각국에서 생길 도전과 위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미국은 아프간에서 패전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결심한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군을 주둔시키고, 탈레반과 계속 싸우고, 친미 정권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군 전사자도 그다지 많이 생기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의지가 사라졌다. 기본 이유는 갈수록 고립주의 경향이 강해지는 미국 여론이 머나먼 나라에 대해 관여를 지속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의 혼란스러운 철수, 그리고 트럼프로 대표되는 고립주의 경향 강화는 미국 방위 공약의 신뢰성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이 산악 게릴라에 불과한 탈레반과도 싸울 의지가 없다면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무장한 북한과 같은 나라의 위협에서 동맹국을 지킬 의지가 있을까.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1950년 여름 미국이 파병을 결정했을 때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무기가 아예 없었다.

카불 함락 이후 남한 사회에서는 남한이 프랑스·이탈리아와 같은 세계 주요국이며 최신 무기로 무장된 50만 대군이 있기 때문에 매우 낙후되고 부패한 아프간과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미국을 쫓아낸 탈레반은 소총밖에 없었는데, 인민군은 핵 보유 군대다.

당연히 지금 미국 고관들은 미국이 동맹국을 지킬 의지가 있음을 열심히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카불 함락 20여 일 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잘 무장된 30만 대군이 있고, 미국이 계속 아프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은 남한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이 뉴욕과 LA를 방사능 폐허로 만들 능력을 얻을 때 미국 고관들과 엘리트·대중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을까. 그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동맹에 대한 질문이 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그 대안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남한은 재래식 군사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잠수함·신형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고 경항모 계획도 시작됐다. 그러나 재래식 군사력 건설로 핵 보유국을 억제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핵 무장, 즉 '남핵' 이야기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실현이 가능할까. 미국, 중국 등 핵 보유국은 남한의 핵 개발을 허용할 생각조차 없다. 남한이 북한처럼 핵 개발을 결단코 강행한다면 심한 제재와 압박이 시작되고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남한 사회는 이것을 견딜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동북아시아 평화 체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유토피아는 분석할 가치조차 없다. 북한은 체제 유지의 보검인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중 양국이 갑자기 화합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현상을 고려하면 한미동맹 강화 외 대안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세계와 미국의 경향을 보면 이 선택이 옛날만큼 믿을 만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요즘 남한 사회,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남한이 유럽 선진국을 추월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그러나 남한이 위치한 곳은 평화스러운 유럽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며 불안정한 지역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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