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포스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3600여만원을 편취한 사기범이 경찰의 불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같은 수법으로 마포구귀금속 매장에서 버젓이 범행을 시도하다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매장 사장이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1000만원대 피해가 또 발생할 뻔했다.
마포구에서 귀금속을 판매하는 A씨(41)의 매장으로 전화가 온 것은 지난 6일 오후 2시쯤. “순금 20돈 체인 목걸이 2개를 구매하고 싶다”는 한 남성의 전화였다. A씨가 “골드바 5돈, 10돈이 있다”고 안내하자 남성은 “오후 6시 넘어서 방문하겠다”고 했고, 이후 매장에 나타났다. 최근 종로구 일대 금은방에서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단독]“분해서 잠도 못자요”···종로 금은방 뒤흔든 카드단말기 조작 사건)로 알려지기도 했고, 지난달 “금 100돈을 살 테니 주말에 가져다 놔달라”는 수상한 전화까지 받은 터라 A씨는 의심이 앞섰다고 한다. A씨가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자 남성은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매장을 나섰다.
A씨는 즉시 인근 지구대에 신고했고, 이 남성이 종로 일대에서 사기를 벌인 B씨(33)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발생한 종로구 사건을 담당한 혜화경찰서는 추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신고해 달라고 A씨에게 당부했다. 연락이 또 올까 싶었는데 다음날 오후 2시쯤 전화가 또 걸려왔다. “골드바로 15돈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B씨는 오후 4시50분쯤 매장에 나타났다. 지난달 4일 종로구 금은방에서 범행할 때 착용한 검정 모자를 똑같이 눌러 쓴 채였다.
A씨는 “사기범이 재방문할 경우 최대한 시간을 끌고, 카드단말기는 절대 만지지 못하도록 하라”는 경찰의 당부를 기억했다. 관할 지구대와 혜화서에 나눠 신고를 마친 A씨는 B씨에게 “왜 금 가격이 비쌀 때 사려고 하느냐”, “신분증과 핸드폰 번호를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A씨는 카드단말기 포스도 자신이 직접 다루겠다고 했다. 결제를 위해 건넨 카드가 ‘잔액부족’으로 나오자 B씨가 예상대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아니까 직접 단말기를 누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A씨가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이내 ‘정상적으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출력됐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B씨는 “평일에 다시 오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렇게 사장이 지체한 시간이 30~40분. B씨는 타고 온 흰색 차량으로 이동하려다 때마침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후 5시50분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8일 기자와 통화에서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웠고 혹시나 보복이나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커 오늘은 문을 열지 않고 쉬려고 한다”며 “B씨 핸드폰 문자에 적힌 카드번호도 5개 정도 나열돼 있었는데 혹시 비슷한 사기범들이 더 있는 건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B씨가 카드단말기를 조작해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시도하다 불발된 귀금속 매장은 현재까지 5곳으로 확인된다. 이 중 3곳에서 총 36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카드가 없다고 하거나 제시한 카드가 ‘잔액부족’으로 나오면 직접 카드단말기를 조작해 ‘가짜 매출전표’가 나오게 하는 수법을 썼다. 카드사와 연락이 안되는 평일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을 노린 것도 공통점이다.
지난달 21일 피해 고소장을 접수한 혜화서는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경찰은 B씨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출석요구에도 잘 따르는 데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 B씨가 옆 동네로 넘어가 똑같은 범죄를 버젓이 저지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없는 점 등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지만 언론보도로 관심이 커져 수사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피해 제보가 들어와 신속히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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