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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CSR에서 시작해 CSV를 지나 ESG로 - 매일경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과 1년 반 만에 기업 생태계에 두 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공지능(AI)이 기업 경영의 각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ESG)'가 모든 대기업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변화는 세 단계를 거쳐 진행 중이다. 첫 단계는 1953년에 리처드 보엔이 제시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었다. 그러나 기업이 가진 재원으로 사회에 적극적인 공헌을 하라는 주장에 대해 기업들은 50년 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21세기에 들어와서야 국제기구들이 세계적인 대기업들에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둘째 단계는 2003년 피터 드러커 교수가 세계적인 질병, 기아, 전쟁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사업 기회가 생긴다는 주장을 하고,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이 주장을 정교한 모델로 만든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이다. 경영학자들이 기업 경영자에게 기업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원래 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눈에도 기업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진다면 장기적으로 더욱 큰 기업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 단계가 바로 올해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향후 자본 참여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ESG'다. 핑크 회장의 선언에 세계적인 대형 투자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대기업들이 환경 보존과 사회 공헌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기업을 4년 동안 공부하는 대학생이라고 가정해 보면, 1학년에서는 NGO라는 교수가 사회 공헌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고, 2학년에서는 경영학 교수들이 사회 공헌과 기업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주었으며, 3학년에서는 투자자들이 사회 공헌에 추가해서 환경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라는 훈계를 준 셈이다.

3학년 담당 교수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진정성에 신뢰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본래 투자자들은 뼛속까지 수익성을 추구하는 DNA를 가진 종족이다. 이들이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환경 보호와 사회 공헌을 갑자기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그들이 관심을 가진 진짜 이유는 지배구조(G)이고, 환경 보존(E)과 사회 공헌(S)은 단지 가림막이 아닐까. 그래서 진심을 숨기기 위해 GES 대신 ESG로 부르는 것은 아닐까.

투자자들에게는 지배구조(G) 개선을 통해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다 확실하게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은 대개의 경우 소액주주가 아니라 1, 2대 주주 다음으로 많은 3~1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3대 주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은 ESG의 G에서 강조하는 투명경영을 통해 제3주주로서 1, 2대 주주들을 견제하고 이들 간에 경영권 다툼과 같은 분쟁이 일어날 때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속셈이 있다 할지라도 ESG는 투자자, 기업경영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득을 얻는 윈윈 게임이다. 기업들은 환경 보호와 사회 공헌을 통해 드러커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갖게 되고, 환경과 사회는 ESG가 이루어지는 만큼 더 나아진다.

ESG가 향후 5~10년 정도 기업 사회에 큰 영향을 줄 회오리바람이라면 그다음에 불어올 바람은 무엇이고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이 이슈야말로 4학년으로 진입하는 기업 경영자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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