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4일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EV(7만5680대)와 아이오닉EV(5716대), 일렉시티 버스(305대) 등 8만1701대를 자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리콜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리콜 대상은 코나EV 2만5083대, 아이오닉EV 1314대, 일렉시티 버스 302대 등 2만6699대. 리콜 사유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 따른 화재 가능성’이다. 이들 3개 차종에 사용된 배터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초기(2017년 9월∼2019년 7월) 생산한 고전압 배터리의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에 따른 내부 합선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확인된 것. 리콜 예상 비용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더 낸 현대차, 시간 끌지 않은 LG

그럼에도 양사는 순조롭게 합의에 이르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 결과 발표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비용의 70% 수준을 내기로 했고, 현대차 역시 업계 예상보다 많은 30%를 부담하기로 했다. 리콜에 따른 품질 비용은 양사 모두 리콜 분담률과 기존 충당금을 고려해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현대차는 3월 4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종전 2조7813억 원에서 2조3947억 원으로 3866억 원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 직전 법인인 LG화학이 재무제표에 이익 감소분을 반영했다. 같은 날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736억 원에서 1186억 원으로 줄었다고 정정 공시했다. 리콜 비용으로 5550억 원가량이 빠진 셈이다.
비온 뒤 땅 굳나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책임 공방’ 대신 ‘양보’를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 모두 전기차·배터리 협업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분석한다. 양사가 내세운 합의 배경은 ‘고객 불편 최소화’. 이면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공통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신차를 출시한다. 완성차와 배터리제조사 간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충돌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과 관련해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EV 책임 문제에 따른 갈등 때문일 것”으로 점쳤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올해 2월 18일 양사는 정부 참여 하에 ‘배터리 대여·재사용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따라서 이번 합의 이후 양사의 ‘배터리 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대규모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중국 CATL은 현대차·기아차 E-GMP 3차 물량을 따냈다. 단, 이 중에서 핵심 모델로 꼽히던 아이오닉7 글로벌 물량은 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을 2019년 말부터 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이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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