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1일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이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전염병으로 분류했다. 이 선언이 있은 후 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31일 ‘메디컬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가장 먼저 백신 개발을 선언한 곳은 미국이다. 3월 중순 미 국립보건원(NIH)과 제약사 모더나(Moderna)가 백신 후보물질을 시험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
당시 모더나는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mRNA 백신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
4월 들어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공동연구팀은 이전에 독감 백신 등을 만들 듯이 기존 방식을 활용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다.
기능을 약화시킨 침팬지 아데노 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붙여 사람 몸 안에 주입한 후 면역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었다. 안전성이 일부 증명된 데다 여러 나라에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어 신속히 많은 양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을 안고 있었다.
5월 들어 제약사인 화이자(Pfizer)는 생명공학 회사 바이오앤테크(BioNTech)와 공동으로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 시험(안전성 시험 포함)을 시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화이자는 백신 후보물질을 그처럼 짧은 시간에 개발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 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데 대해 큰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앤테크 덕이었다.
이후 백신 개발은 치열한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후 개발 마지막 단계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8월 들어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는 mRNA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1상 및 2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초기 데이터를 발표한데 이어 3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9월 초 옥스퍼드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에서 백신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건강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험이 잠시 중단된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 보건당국이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었던 ‘스프투니크V 백신’ 생산을 승인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백신은 개발에 있어 최종 과정인 3상 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개발 이후 9개월 만에 백신 접종 시대 맞아
3상 시험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11월 들어서다.
11월 9일 3상 시험을 마무리한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는 “2회 접종을 통해 90%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1월 16일 모더나도 3상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94.5 %의 효능을 입증한 mRNA 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곧이어 옥스퍼드와 아스트라제네카도 “70% 이상의 효능이 있는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2월 들어서는 영국,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백신 사용을 승인하기 시작했다.
12월 2일 영국 보건당국은 화이자 백신을 승인한 후 8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11일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 백신 사용을 허가했고 3일 후 접종을 시작한다.
FDA는 18일 모더나 백신을 승인했고, 21일 유럽위원회도 유럽 전역에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한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12개월 만에 고대하던 백신이 개발됐고, 이제 대규모 접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십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전염병 선언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백신이 완성됐다. 믿어지지 않는 짧은 기간에 백신을 개발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일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서두르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개발을 촉진했고, 각국 보건당국에서 과거에 꼼꼼히 챙겼던 일부 안전성 및 효능 테스트를 생략했기 때문에 이처럼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빠른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방식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더나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탈 작크(Tal Zaks) 박사는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있어 1상이 끝난 후 6~12 개월 후에 2상 연구를 한 다음 충분한 시간과 검토를 거쳐 3상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이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방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탈 작크 박사는 “연구 기관과 제약사, 그리고 보건당국 간의 개방적인 협력을 통해 개발 기간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mRNA 백신이 출현했다는 점 역시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다. 과학계는 화이자, 모더나 등의 잇따른 mRNA 개발로 백신 개발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향후 과제는 지속적인 면역체계 구축하는 일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할 당시 신종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피해도 극심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8000만 여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170만 여명이 중증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2021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완전 퇴치를 위해 아직 기다려야 할 시간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2021년 말까지는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백신이 대량으로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이후에도 백신으로 인한 면역력이 국가 수준과 글로벌 수준으로 구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앞으로의 관건은 인류 전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확실한 면역력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침투 시 인체 면역 시스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워싱턴 대학의 알렉스 크레닝거(Alex Greninger) 교수는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인체 면역 반응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3억 달러를 투입해 ‘세로네트(SeroNet)’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8개의 혈청학 과학센터 네트워크가 포함돼 있으며 다수의 관련 연구기관들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
면역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세로네트’에서는 표준화된 시약 및 컨트롤 방식을 개발해 제공할 계획으로 있다.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 모두 바이러스의 공격에 지속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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