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춤꾼들, 역대급 듀오 결성]
오는 31일 듀엣곡 ‘나로 바꾸자’를 발표하는 박진영과 비. 레인컴퍼니,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어? 혹시, 춤 좀 춰요?” 가수가 말을 건넸다. 가요 기획사 관계자의 심부름으로 베타 테이프(영상을 기록한 필름)를 전해주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고등학생의 얼굴을 보면서다. 그의 말에 고등학생은 생각했다.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구나.’ 한해 앞선 1998년 6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터였다. 가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음악이나 틀었다. 학생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3시간이 흐른 뒤에야, 음악도 춤도 멈췄다. 학생의 춤을 지켜본 이는 당대 정상급 가수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박진영이었고, 심부름차 왔다가 그 앞에서 필사적으로 춤을 춘 학생은 비(정지훈)였다. 이렇게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마주했다. 이후 비는 박진영의 가르침과 프로듀싱으로 2000년대 최고 가수로 성장했다. ‘나쁜 남자’ ‘안녕이란 말 대신’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이츠 레이닝’ ‘아이두’ 등 박진영이 만든 노래로 그는 당대 톱스타로 우뚝 섰다. 그러나 2007년 비가 박진영이 수장으로 있던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이 둘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각각 대표하는 ‘춤꾼’ 박진영과 비가 다시 뭉친다. 이번에는 함께 무대에 선다. 연예계 사제 간인 이들은 오는 31일 듀엣곡 ‘나로 바꾸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내용은 한 여성을 두고 다투는 두 남성의 이야기다. 박진영은 비의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의 지난 17일 방송에 출연해 이 곡에 대해 “장르는 뉴 잭 스윙이다. 앞으로 이 정도 곡을 쓸 자신이 없다. 안무까지 생각해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뉴 잭 스윙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댄스 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다. 보비 브라운, 베이비페이스 등이 이 장르의 노래를 크게 히트시켰고, 국내에선 듀스, 현진영 등이 대표 주자로 꼽혔다.
오는 31일 듀엣곡 ‘나로 바꾸자’를 발표하는 박진영과 비.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 제공
두 사람의 협업은 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박진영은 최근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겨울 지훈이가 ‘나이 더 먹기 전에 형이랑 무대에 제대로 서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의미 있을 것 같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비는 같은 인터뷰에서 “요즘 아이돌과는 다른 콘셉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하고 싶었다. 그 시대(1980~90년대)를 풍미했던 멋진 남성 듀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조합만큼이나 데뷔 무대도 이색적이다. 새해 첫날인 다음달 1일 생방송 프로그램 <아침마당>(한국방송1)을 첫 무대로 선택한 것이다. <아침마당> 쪽은 “방송 사상 최초로 아침 생방송 무대에 서는 이들의 초특급 퍼포먼스를 어떤 편집도 없이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시대를 대표하는 두 춤꾼의 결합에 팬들은 물론, 가요계 안팎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노랫말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댄스 대결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박진영(JYP)과 비를 합쳐 제이와이비(JYB)라 부르며 응원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두 사람이 나름의 방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점도 이런 기대를 부채질한다. 비는 3년 전 발표한 ‘깡’이 올해 뒤늦게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효리·유재석과 함께 혼성 그룹 ‘싹쓰리’를 결성해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박진영 역시 원더걸스 출신 제자인 선미와 함께 부른 ‘웬 위 디스코’로 주목을 받았다.
오는 31일 듀엣곡 ‘나로 바꾸자’를 발표하는 박진영과 비. 레인컴퍼니,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비와 박진영의 협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최근 가요계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음악과 방송을 통해 1990년대나 2000년대를 되돌아보는 시도가 주기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런 경향 속에서 한 시대의 ‘랜드마크’와 같은 이들이 협업한 대표적인 사례가 ‘싹쓰리’였다”며 “비와 박진영의 이번 시도 역시 과거를 새롭게 조망하는 동시에 3040에게는 추억과 새로움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들의 협업이 1980~90년대를 휩쓸다 이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남성 듀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건재하고 저력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박진영과 그가 만들어낸 훌륭한 존재로서의 비의 컬래버레이션일 뿐, 전통적인 듀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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