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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국 1위, 해외서 열광했다…넷플릭스 황태자 등극한 송강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스위트홈’에서 주인공 차현수 역을 맡은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주인공 차현수 역을 맡은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애청자라면 모두 알만한 최근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이달 공개된 ‘스위트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송강(26)이 그 주인공.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전작에서 부잣집 아들 황선오 역을 맡아 ‘만찢남’ 면모를 과시했던 그는 이번엔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 역을 맡아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스위트홈’ 역시 김칸비ㆍ황영찬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지만 괴수물 특성상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재개발 대상인 낡은 아파트 그린홈 주민들이 내재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괴물로 변해가는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공개 4일 만에 11개국 1위, 50개국 톱 10
전작 ‘좋아하면 울리는’ 이어 2연속 히트
“믿고 맡겨준 이응복 PD 덕분에 더 노력
명확한 대비 위해 감정 단계별 표현 힘써”

22일 화상으로 만난 송강은 “이런 대작의 주인공이 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주변 반응이 좋아서 기쁘면서도 아직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회당 30억원, 10부작에 총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은 할리우드 VFX 업체와 협업한 남다른 스케일로 ‘K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개 4일 만에 10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 총 50개국에서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오를 만큼 해외 반응도 뜨겁다. 전 세계 190여개국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면서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게 영어ㆍ스페인어ㆍ아랍어 등 다국적 언어 댓글로 도배돼 있다. 덕분에 해외에서 부쩍 늘어난 인기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고.  
 

“얼굴 최대한 죽여야…왜소한 느낌 연출”

가족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수. [사진 넷플릭스]

가족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수. [사진 넷플릭스]

현수는 괴물화 과정에 놓였지만 욕망과 싸움에서 승리, 사람들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 [사진 넷플릭스]

현수는 괴물화 과정에 놓였지만 욕망과 싸움에서 승리, 사람들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은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김은숙 작가와 3연속 히트작을 남긴 이 PD가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도 힘을 발휘할지 기대감도 높았다. “처음엔 부담이 많이 됐는데 믿고 맡겨주셨어요. 첫 촬영 전에 나는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고 마음 가는 대로 해보라고 하셨죠. 테스트 촬영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갔는데 머리를 많이 붙이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얼굴을 최대한 죽여야 한다’고. 하하. 그래서 다크서클 분장도 많이 하고 왜소하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어깨를 굽힌다거나 목을 빼고 걷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느 순간 제가 봐도 웹툰 속 현수와 좀 닮아 보여서 싱크로율은 꽤 높았던 것 같아요. 다 제작진이 만들어주신 거죠.”
 
현수가 처한 애처로운 상황도 그의 몰입을 도왔다. 누구보다 밝은 아이였지만 호의로 베푼 친절 때문에 한순간에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와 아버지 회사 문제까지 엮이면서 가족들마저 현수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단다. “가족을 건드리는 순간 이성을 잃어서 저를 놓아버리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죽고 싶다는 마음뿐인 아이니까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임했거든요. 변했을 때와 대비가 명확하게 보일 수 있게.” 현수를 다시 바깥으로 끌어낸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잃은 장면을 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라며 “다시 정의감이 조금씩 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향해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라고 했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헬스장 못 가 답답…‘근육 괴물’ 될 듯”

각자 내재된 욕망에 따라 ‘거미 괴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 넷플릭스]

각자 내재된 욕망에 따라 ‘거미 괴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 넷플릭스]

괴물화된 현수를 배척하고 격리하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는 그린홈 주민들. [사진 스위트홈]

괴물화된 현수를 배척하고 격리하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는 그린홈 주민들. [사진 스위트홈]

“죽고 싶다”는 자조감에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욕망이 바뀐 그는 여느 괴물과는 다르게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화되는 그를 심부름꾼 취급하거나 방패막이쯤으로 여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새로운 가족이 된 그린홈 사람들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생각하면서. 욕망에 잠식된 정도를 단계별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화 ‘조커’처럼 입꼬리를 찢기도 하고.”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도 못 가서 운동에 대한 욕망이 엄청 커진 상태라 ‘근육 괴물’이 될 것 같다”며 웃으며 답했다. “괴물의 특성이 다 달라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식탐 괴물’은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니라 특수분장이라 진짜 무서웠거든요. 시즌 2를 하게 되면 현수도 ‘거미 괴물’처럼 힘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해 8월 공개된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황선오 역을 맡은 송강.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8월 공개된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황선오 역을 맡은 송강. [사진 넷플릭스]

2017년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로 데뷔한 4년 차 신인이지만 차기작 목록도 화려하다. 내년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있고, tvN ‘나빌레라’도 촬영 중이다. 9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PD 추천으로 ‘스위트홈’ 오디션까지 꿰찬 그는 “아직 배울 게 많다”며 “틀에 갇히지 않고 희로애락을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빌레라’에서는 발레를 사랑하는 이채록 역을 맡아서 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학생 역할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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