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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조국에서 사라진다… 벨라루스 '잔다르크 3인방'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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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있는 국립미술관 앞 도로. 갑자기 몸싸움을 심하게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여러 남성이 벨라루스 야권의 핵심 전략가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를 강제로 미니버스에 태워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다.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했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대선에 불복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벨라루스 당국은 마구잡이로 시위 진압을 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에게 고문, 폭행을 일삼다 급기야 대낮에 야권 인사 납치극까지 벌인 것이다. 콜레스니코바는 대선 직후 야권이 반정부 투쟁을 벌이기 위해 만든 기구인 조정위원회에서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조정위원회에서 각각 공보와 행정 책임을 맡은 남성 2명도 연락 두절 상태다.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활동을 주도한 야권 여성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운데),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오른쪽), 베로니카 체프칼로(왼쪽). /타스 연합뉴스

납치 하루 뒤인 8일 콜레스니코바가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벨라루스 정부는 그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가려고 시도해 구금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그가 벨라루스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여권을 찢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야권은 정부가 그를 강제 출국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6일 조정위원회 간부인 다른 여성도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 강압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무력화하는 옛소련식 공작 활동이다.

벨라루스는 옛소련 소속이었다가 독립한 국가 중 유일하게 소련의 악명 높은 정보기관인 KGB(국가보안위원회)를 그대로 두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폐지된 KGB가 벨라루스엔 남아있다. 이 KGB가 머리 역할을 하면서 경찰을 손발처럼 부려 반정부 시위대를 힘으로 누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는 지난 3일 KGB 수장을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루카셴코는 KGB 수장의 승진을 발표하면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인사 직후 콜레스니코바를 비롯한 야권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루카셴코의 공포 정치로 야권 인사들은 늘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 반정부 운동의 구심점으로 이번 대선에서 2위를 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직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위험을 감지하고 이미 대선 전에 자녀들을 리투아니아로 보내놓은 뒤 자신도 뒤따라 국경을 넘었다. 또 다른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의 아내인 베로니카 체프칼로 역시 체포 위협에 시달리다 폴란드로 망명했다. 이처럼 ‘반루카셴코 전선’을 이끌던 여성 리더 셋이 잇따라 모습을 감추자 “벨라루스의 잔다르크 3인방이 사라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콜레스니코바 실종에 대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7일 “정치적인 이유로 억류된 모든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했다. 독일·영국 외교부도 석방을 요구했지만 벨라루스 당국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납치에 대해선 “모르는 사안”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이 같은 벨라루스 사태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서방 진영이 적극 개입해 루카셴코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탓도 크다. 루카셴코의 뒤를 받치는 러시아와 정면충돌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카셴코가 위험에 처하면 즉시 투입할 경찰 특공대를 편성해뒀다. 푸틴은 루카셴코와 수시로 통화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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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6:1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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