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文대통령 면전에서 "종교의 자유 목숨과 같다…사업장 취급 말아달라"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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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7 14:58 | 수정 2020.08.27 18:24

文대통령 "예배 못하는 고통 감수해야"
한교총 "공권력으로 종교 제한? 크게 놀랐다"
"종교인은 종교의 자유, 목숨과도 못바꿔"
전광훈 목사 속한 한기총은 초청 못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란 점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빨리 방역을 하고 종식시켜야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며 "(특정 교회)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또 방역에 비협조적인 일부 기독교계 인사들을 겨냥해 '적반하장 음모설을 주장한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은 코로나 재확산 사태의 책임을 교회에 묻고 질타하는 것으로 들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해 "국가 방역 체계에 도전하며 방역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들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종교적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 없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 발언이 끝난 후 기독교계 대표로 나선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은 "교회 예배자 중에 감염자가 많이 나오게 돼서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교회가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김 회장은 "일부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은 기독교계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라며 "(교회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며,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문 대통령의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 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했다.

또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고, 지금까지 종교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대면예배 금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코로나가 1~2주, 1~2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형식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기독교연합, 중대본, 지자체가 협의 기구를 만들고 방역을 잘하는 교회는 차별을 해 방역인증마크 주는 제도"라며 "인증 받은 교회는 방역 수치에 따라 현장 예배 드리고, 수치를 어기면 확산이 되면 분명한 책임을 묻고 몇몇 교회가 확산되면 지자체장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제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대면예배를 진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회장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은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재확산 사태 이후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은 지난 20일 천주교 지도자 간담회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이날 회동은 문 대통령이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기독교계에 대한 코로나 방역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등 교회 지도자 16명이 참석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초청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