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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오 “떡만둣국에서 안락함 얻고, 김치찌개에서 치유를 느낀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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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시즌3’ 왓챠 공개 기념 한겨레> 이메일 인터뷰]
왓챠 제공
왓챠 제공
“엄마 아빠 사랑해요.” 지난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오는 수상 소감을 말하던 도중 불쑥 한국말을 내뱉었다. 객석에 앉은 부모를 향해서다. 그는 한국인 이민자 부모를 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모국어는 그의 정체성을 재확인한 동시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샌드라 오는 드라마 킬링 이브 시즌3>가 지난달 24일부터 한국 오티티(OTT) 왓챠에 서비스된 것을 계기로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나도 모르게 불쑥 나왔다”며 “부모님께 영예를 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하는 것이 한국인만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울려 퍼질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언어·인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는 것. 요즘 샌드라 오는 이에 대한 생각이 깊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는 로컬일 뿐”이라고 언급한 것과 동양인으로서 주눅 들지 않고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선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 자신조차 몰랐지만 항상 유색인종임을 의식하고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봉 감독이 무대에 섰을 때 그걸 느낄 수 있었죠. 그의 시선은 자유롭지만, 전 그런 시선으로 보지 못했다는 걸요.”구체적인 변화를 묻자 그는 “한인과 한인 사회 문화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깊은 고민을 내비쳤다. 하지만 샌드라 오는 봉 감독 못지않게 배우로서 소신껏 연기하며 정상에 올랐다. 10살 때 연기를 시작해 연극, 방송, 영화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샌드라 오는 2005년 시작한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의사인 크리스티나로 출연해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 2세 배우들이 주로 백인 중심의 미국 연예계에서 소수민족의 특징을 앞세운 배역을 맡았던 것과 달리, 그는 서사가 있는 주체적인 여성 역을 도맡았다. 더디더라도 배역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것이다.“1993년~94년 3개의 프로젝트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적이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가 주인공을 맡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처음 일을 하면서 협업의 의미를 알게 됐고, 배우로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도 알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특히 여성 서사가 두드러진 작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의 중심에서 보길 원해요. 그래야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작품의 스토리텔링과 제작 등에서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그에게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긴 킬링 이브>(2018년 시즌1 시작)는 여성 서사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첩보요원이 되고 싶은 정보국 직원 이브(샌드라 오)와 사이코패스 살인자 빌라넬이 교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남성의 보조역에 머물던 기존 스파이물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는 “20대, 40대, 60대를 대표하는 여성을 통해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는지 등 각기 다른 세대의 심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세대별 여성의 시각이 주로 엄마나 딸처럼 가족 내에서 표현되던 것과 다르다. 최근 들어 여성의 역할이 폭넓어진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2부터 작가 9명이 모두 백인으로 바뀐 탓인지 시즌2와 시즌3 모두 이브의 분량이 줄었다는 한국 팬들의 의견에 대해 그는 “절대 아니다”라며 “축하해야 할 점은 시즌3의 작가들도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드라 오는 동양인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뿐 아니라 동양의 가치관과 서사를 담아내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는 킬링 이브 시즌3>에서 이브가 공장에서 일하도록 돼 있던 설정을 한인타운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브는 시즌3에서 한인타운 사람들 틈에 끼어 만두를 빚으며 살아간다.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모국어가 들리는 곳에서, 어릴 때 먹던 음식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샌드라 오는 “음식은 특히 우리 (한국) 문화권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며 “나 역시 한국 음식 중에선 떡만둣국에서 가족의 안락함을 얻고, 두부찌개와 김치찌개에서 치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의 소신은 작품을 넘어 현실로 이어졌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문제, 영화산업 내부의 성차별 등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한국에서도 이어지며 여성 배우들의 촬영 환경을 변화시켰다는 얘기에 그는 “너무 잘된 일”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미투 이후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체감하는 (미국 내) 변화는 느리다”며 “낙담하지 말고 새로운 관점에서 일의 터전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뒤 이민자 정책 등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더욱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인종차별은 탐욕, 증오, 폭력 등 줄곧 미국에 상존해왔던 것을 폭로하는 기폭제가 됐다. 모든 시스템(정책, 건강, 교육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고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문화와 국가를 재정립하고 재건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현재 아주 힘든 시기다. 그리고 엄청난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 함께 맞서려 한다. 좋은 일이다.” 샌드라 오는 2010년 그레이 아나토미> 방영 당시 한겨레>와 나눈 전자우편 인터뷰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진 느낌이었다. “인생에서 늘 용감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20대엔 무조건 시도하고, 30대엔 뭔가를 만들어가고, 40대엔 그것을 이뤘다면, 60대엔 그 기쁜 경험을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항상 예술가로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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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8, 2020 at 03: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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