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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질환 생겨도 산재신청 못해”
삼성전자노조 조합원이 지난해 11월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는 이날 전국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벌여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14년 동안 세탁기 등 제조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요양신청 안내’라는 우편물을 받았다. 수년간 병원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일종인 회전근개증후군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는데, ‘업무로 생긴 질병 등으로 건강보험급여를 받았다면 환수당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었다. 해당 지사에 전화하니 “산재 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지난 23일 <한겨레>와 만난 ㄱ씨는 “처음에는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알게 된 이후 신청하려고 해도 회사 관리자들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ㄱ씨뿐 아니라 업무상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지만 회사 쪽에 의해 산재 신청이 가로막혀 왔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산재 신청 대신 공상 처리를 하는 것으로 기업 부담을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의 노동조합은 조합원·비조합원 53명을 대상으로 첫 건강관리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이런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ㄱ씨는 2007년 9월 120㎏에 달하는 무거운 세탁기를 뒤집어서 볼트를 끼워넣는 작업을 하다가 왼쪽 어깨가 빠졌다. 작업반장과 파트장, 노사협의회 위원들까지 찾아가서 업무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누구는 안 아프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2012년 8월 오른 쪽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이 오고 하지정맥류 수술까지 받은 뒤에야 다른 공정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어깨를 무리하게 쓰는 작업이 반복됐고 2018년 1월에는 습관성 탈골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해 11월 노조가 결성되면서, ㄱ씨는 회사 쪽 관리자를 찾아가 산재 신청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인사고과는 생각 안 하느냐”는 답변만 들었다는 것이다. ㄱ씨는 “올해만 병원비로 1500만원을 썼는데, (공상 처리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그에 턱없이 못미친다”며 “회사 눈치를 안 볼 수 없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산재 신청 안내문까지 온 상태여서 더 이상 신청을 미룰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산재보다 공상 처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산재 발생으로 처리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가 늘어나는 데다 근로감독이 강화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현행 산재보험의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한 사업주와 그렇지 않은 사업주간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도 최근 3년간 기업이 낸 산재보험료 대비 산재보험급여액의 비율에 따라 다음 연도의 산재보험료를 올리거나 감면해준다. 또 산재 발생이 보고된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정기·수시근로감독의 1차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만큼 산재 처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산재 신청을 통해 업무상 질병·사고를 인정받은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를 통해 치료비 및 재활비·휴직 시 평균임금의 70% 등이 지급되지만, 공상 처리를 할 경우 일반 질병 등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이에 따른 진료비만 회사에서 받게 된다. 비급여 항목은 당연히 본인 부담이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산재보험이 적용돼야 할 산재를 속여 건강보험으로 (공상) 처리하는 건 일종의 보험사기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관들이 병원 의무기록 등을 통해 이를 적발한 경우가 많은데, 추후 보험료 청구 등의 불이익이 노동자한테 돌아가 피해를 입는 일이 적지 않다”며 “건강보험은 매년 적자가 나는데, 산재보험은 반대로 돈이 남고 심지어 개별실적요율제로 기업의 보험료율을 감경해주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산재를 공상으로 처리할 경우 치료를 위한 적정 수준의 보상과 요양기간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ㄱ씨와 같은 사업장에서 12년간 일한 ㄴ씨는 지난 2월 자재를 실은 수레에 허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신경 성형 수술을 받은 ㄴ씨는 회사에 산재 신청을 해달라고 보고했지만, 공장 환경안전과장으로부터 “산재를 진행하면 미운털이 박히고 고과 평가도 안 좋으니 산재 진행을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석달간 병가를 낸 ㄴ씨의 복직을 앞두고 회사 파트장은 집 앞으로 찾아와, “그날 출근한 것은 맞느냐” “정말 부딪혀서 아픈 게 맞느냐” “사고가 아니라 질병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산재 신청 기한은 발생일로부터 3년인데, ㄱ씨와 ㄴ씨는 현재 어깨 탈골과 허리 사고와 관련해 산재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는 ㄱ씨와 ㄴ씨에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노조가 5월27일부터 6월6일까지 광주사업장 생산직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49명이 업무와 관련해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산재 신청을 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도 근골격계 질환으로 요양 중인 이들이 28명에 이르렀다. 근골격계 질환은 반복적인 동작 등의 요인으로 목, 어깨, 허리, 팔다리 등에 생기며, 조립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주 앓는다. 특히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중복 답변)에 대해선, 34명(64.2%)은 ‘인사상 불이익 우려’를, 11명(20.8%)은 ‘공상처리를 원하는 상사 및 담당부서의 회유와 압박’을 꼽았다. 또 32명(60.4%)은 ‘산재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무응답’ 등을 제외하고 36명(67.9%)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을 ‘대부분 공상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함께 설문 분석 작업을 한 한창현 토마토노무법인 노무사는 “근골격계 질환은 치료 후 회복이 더 중요하다. 재활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시 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인사·노무 담당자는 “회사가 산재 신청을 막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나중에 ‘법 위반 문제가 있으니 적극 신고하라’고 각종 교육이나 사내 공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병가를 냈다고 인사고과를 나쁘게 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양진 선담은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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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0, 2020 at 12:5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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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에서 산재신청은 하늘의 별따기?…“근골격계 질환 생겨도 산재신청 못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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