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해 건강 데이터 수집해 관리
정부가 올해 9월부터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인 부산과 세종시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 실증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실험해볼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혁신 서비스에 한해 한시적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를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올해 9월부터 비대면 헬스케어 실증사업 시행을 목표로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이 시범 추진될 도시는 부산과 세종이다. 두 곳은 지난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교통·환경·주거·의료 등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신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도시다.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은 부산 3개, 세종 2개 등 총 5개가 선정됐다. 부산에서는 ▲바이오센서·AI 기반의 의료 보조 로봇 활용 원격진료 ▲인공지능(AI) 기반 동적데이터 서비스모델 ▲고령자를 위한 근력기능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로봇 헬스케어 솔루션 보급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의료 보조 로봇을 활용한 원격 진료는 로봇이 사람의 생체 정보를 진단한 후 맞춤형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AI 기반 동적 데이터 서비스 모델은 센서가 들어간 특수 신발을 신으면 근육, 관절, 신경 등 현재 건강 상태에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것이다. 고령자를 위한 근력기능 웨어러블 로봇 헬스케어 솔루션은 고령자에 웨어러블 기기를 지급하고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비대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종에서는 ▲병원과 가정을 연계한 스마트재활·재택건강관리 서비스 ▲응급화상진료 지시시스템 등 2개 사업이 계획됐다. 응급화상진료 지시시스템이 활성화되면 현재 비상시 의료인 사이에서만 허락된 원격 의료 자격이 의료진과 응급구조사로 확대된다.
정부는 현재 신청된 사업의 최종 승인을 위해 관련 규제 담당·권한 행정부처 실무자 간 협의를 거치고 있다.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7~8월 중 규제심의회와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 심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9월부터 세종과 부산에서 비대면 의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 실험에 착수하면서 20년 넘도록 도입을 시도해왔던 원격의료가 이번에는 자리를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격의료는 1999년 시범사업이 처음 시행된 뒤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의료 민영화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선원·군인 등 제때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격·오지 근무자들이 보건소 의사와 화상통화로 원격 진단 및 처방을 받아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오진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활성화하지 못 했다. 2002년엔 의사가 원격으로 다른 의사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의료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여전히 금지돼 있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세 차례 의료법 개정에 나섰지만, 국회에서 폐기됐다. 2000년부터 21년째 시범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상담과 처방을 한시 허용하면서 정부는 비대면 의료의 확산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스마트시티 내 실증사업 등 한시·제한적으로 비대면 의료 사업을 실험한다는 것이지만,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비대면 의료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술 진보에 따라 비대면 의료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규제 법령·시행령 권한을 가진 각 부처 실무 담당자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규제심의회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June 21,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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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월부터 부산·세종에서 첫 비대면 의료 실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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