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고요한 마을이 최근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날아오면서다. 고지서에 찍힌 세액은 8463만 원. 9가구가 940만 원씩 나눠 내야 한다. 이전에도 종부세는 납부했다. 2019년 387만 원, 2020년 512만 원 등 가구당 50만 원 안팎으로 마을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여기고 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연 5000만 원 정도 버는 이들이 내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소소다향이 2018년 마을 공동체를 ‘법인’으로 만든 데에서 비롯됐다. ‘더 적은 소유’를 내세운 만큼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며 마을을 공동 운영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에 부과하는 종부세율을 6%로 높였다. 법인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최고세율인 6%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소소다향 주택의 공시가격은 한 채당 1억7600만∼1억9600만 원. 개인이 따로 소유했다면 종부세를 안 내도 됐지만 법인으로 공동 소유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 이들은 일단 종부세 납부 유예 신청은 하되 종부세 과세 불복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종부세 폭탄’ 지적이 나오자 “종부세 대부분을 법인과 다주택자가 낸다. 국민 98%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소소다향은 예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이번에 이런 예외적인 폭탄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럿이 농촌에 내려와 집 짓고 살면서 농사로 돈 버는 영농법인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가 임대주택이 말소된 셰어하우스(공유주택)도 감당하기 힘든 종부세액을 고지받았다. 이런 법인을 꾸리는 이들은 상위 2%의 자산가도 아니고 투기세력과도 거리가 멀다.‘더 적은 소유’를 내세워 마을을 이룬 서민들이 거액의 세금을 떠안게 되는 현실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명시한 종부세법 1조의 취지와 다르다. ‘2%의 국민’은 징벌적 세금을 내도 괜찮다는 단순한 인식은 종부세 부과 체계의 구멍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김유영 산업2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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