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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그래도 자랑스런 국민들 - 경남일보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그래서 ‘안질이 안 좋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대체로 사람을 평가할 때 자주 쓰는 이 말은, 외모가 좋아도 결국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지 못한다. 우리 주위에 흉악범이나 사기꾼들, 술수에 능한 이들의 눈빛이 그렇다. 이들은 주로 교언영색(巧言令色)하거나 아니면 매사에 부정적이면서 독선적인 성향의 사람들, 자신과의 견해가 다르면 토착왜구라 몰아붙이는 편협한 성향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편견이 작용할 수 있지만 대개 일진이라 부르는 부류의 학생들, 학폭 가해자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가하면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여러 곳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기부계의 홍길동이라는 김달봉씨, 여기에 사고 낸 차량운전자를 안아주는 피해자, 빗속에서 1인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1시간 넘게 우산을 씌워준 경찰관, 코로나로 격리된 할머니와 방호복을 입고 화투를 친 간호사, 번잡한 시간의 식당에서 조용히 추가 반찬을 직접 덜어가는 손님, 유방암 말기의 아내 때문에 폐업을 알린 마트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 진열대를 텅 비게 만든 손님들, 이분들은 우리 사회의 기층민들로 그 눈빛이 대체로 선하다.

이전투구 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거론할 가치도 없고, 민간 합동 비리세트 사건의 당사자나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에 투기한 공기업 직원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나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만 보면 우리 사회가 곧 망할 것 같지만 앞서 말한 선한 눈빛을 가진 자랑스런 국민들이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그래도 유지되는 것 같다.

기부를 실천하고 이웃과 주변을 배려하면서, 긍정적으로 사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뇌에서 옥시토신이란 사랑의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얼굴은 편안하고 눈길이 부드러워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쳐야할 것이 공부만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긍정적인 마음과 균형 잡힌 시선을 갖추어 선한 눈빛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될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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