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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옛터에서 '신라 장인'이 만든 등잔 150여점 쏟아졌다 - 한겨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조사 결과 발표
황룡사 서회랑 서편 지구에서 최근 무더기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등잔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황룡사 서회랑 서편 지구에서 최근 무더기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등잔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고대와 중세시대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넓었던 종교사원이자 신라 불교의 중추 도량이었던 경북 경주 황룡사 옛 터에서 통일신라시대의 등잔들이 쏟아져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시 구황동 황룡사 터 서쪽 회랑 서편 지구(전체 면적 8700㎡)를 최근 새로 조사한 결과 유적의 폐기물 구덩이에서 신라 장인들이 만든 등잔 150여점을 발굴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연구소가 낸 자료를 보면, 구덩이에서 거둔 등잔들의 지름은 대체로 10㎝ 안팎으로, 8∼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정갈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추정된다. 이 땅의 고대 절 터에서 등잔이 무더기로 나온 선례들은 여럿 있다. 1976~83년 황룡사 중심 권역을 조사할 당시 다수의 등잔이 발견됐고, 충남 부여 능산리 백제 절 터에서도 등잔 80여점이 출토된 바 있다. 고대 유적의 건물 터 폐기물 구덩이에서는 대개 기와나 토기 조각들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구덩이는 건물 터가 아닌 구역에서 확인됐고, 출토물 대부분이 등잔들이어서 의도적으로 묻은 정황이 뚜렷하다. 연구소 쪽은 “등잔에 묻은 그을음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매납 의도를 규명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등잔들이 쏟아져나온 절터 서회랑 서편 구역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왼쪽 보라색을 띤 구역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등잔들이 쏟아져나온 절터 서회랑 서편 구역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왼쪽 보라색을 띤 구역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사 구역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배수로, 담장 터도 드러났다. 실측한 결과 조사 대상 구역의 땅 높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며, 통일신라시대 건물 터 위에 흙을 덮고 고려시대 건물을 세운 양상도 새로이 확인됐다. 서회랑 권역은 건물 터와 출토품들 양상으로 미뤄 절을 운영하는 실무공간이나 승려들이 생활하는 거처 등이 있었던 것으로 학계는 짐작해왔는데, 이번에 드러난 유적과 출토품 분석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공간의 성격과 변화 양상을 밝힐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연구소 쪽은 “고대 사찰 조사는 금당과 탑 등 주요 건물 터 위주의 연구 작업이 많았고, 사찰 내 승려들의 생활, 운영시설 등과 관련된 공간 구조 연구는 미진한 편이었다. 이번 조사 성과들은 황룡사 예불공간과 생활공간의 전반적인 배치를 파악하고 당시 신라 사찰 승원 영역의 생활상을 밝히는 데 좋은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황룡사 서회랑 서편 구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길이 6㎝의 금동봉황 장식 자물쇠(왼쪽 큰 사진). 오른쪽 사진은 봉황 날개의 세부(위)와 자물쇠 뒷면(아래)의 모습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지난해 황룡사 서회랑 서편 구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길이 6㎝의 금동봉황 장식 자물쇠(왼쪽 큰 사진). 오른쪽 사진은 봉황 날개의 세부(위)와 자물쇠 뒷면(아래)의 모습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서회랑 권역은 1970∼80년대 발굴 조사를 했던 경주고적발굴조사단(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전신)의 사무동이 들어섰던 자리다. 당시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가 지난 2018년부터 경주연구소가 공식 발굴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상당수 건물 터와 배수로 등이 확인됐고, 길이 6㎝짜리 금동봉황 장식 자물쇠도 발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절 영역만 약 10만㎡(3만평)에 달하는 황룡사는 6세기 신라 진흥왕 때 완공됐다. 13세기 몽골군의 침략 당시 방화로 스러질 때까지 700여년간 위용을 유지했다. 절의 상징물이었던 황룡사 목탑은 20층 빌딩을 훌쩍 넘는 높이(225척)를 과시하며 고대 한반도 최고 최대 건축물로 명성을 떨쳤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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