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배달 앱 등의 폭발적인 성장도 이와 맞물려 있다. 직접 식당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것 자체를 큰 이유 없이 꺼리고 두려워하면서 단순한 클릭만으로 주문하는 걸 선호하는 현상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처음에 이러한 앱들이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그냥 전화해 주문하면 되는 것을 누가 번거롭게 앱을 설치해 주문할까'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다. 청년 세대는 상상 이상으로 목소리조차 섞지 않는 배달 주문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문자 메시지는 자신이 한 발화(말)를 직접 '볼 수' 있는 반면, 통화는 자기 말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청년 세대는 항상 자기 자신의 '말'을 바라보며 고치고 다시 확인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 청년 세대에게는 말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강렬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나의 말을 다시 평가하고 수정하며 정확한 말을 고를 수 없다는 불안감이 콜 포비아에 담겨 있는 셈이다.
또 하나는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생각해보는 소통 습관도 관련돼 있다. 콜 포비아가 특히 두드러지는 경우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다. 당연히 친구 사이나 연인 사이에서의 통화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년 세대는 대개 온라인 소통을 하면서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SNS 계정을 통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소통하거나, 반대로 아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는 '상호 익명성'에 익숙하다.
그러나 모르는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내가 상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으면서도, 상대가 자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일종의 '감시 공포'를 동반한다. 상대에 대해 알 수 없으니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볼 수 없다. 이는 청년 세대의 일반적인 소통 방식과 배치된다.
나아가 청년 세대의 수평적 소통 구조 역시 콜 포비아와 관련이 깊을 수 있다. 청년 세대는 온라인 등에서 세대 간, 직업 간, 직책 간 우열 없이 항상 수평적으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실제 현실에서는 상대와 나 사이에 어떤 권력 구조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 교수와 학생, 판매자와 소비자, 집주인과 하숙인 등 사회생활에는 대개 보이지 않는 권력이 숨어 있다.
청년 세대는 대개 그런 권력 구조에서 '을'인 경우가 많고,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수직적인 소통 구조에 들어서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전화만 와도 긴장하게 되고, 익명성에서 쫓겨나며 권력 구조 속으로 들어선다는 압박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가 겹치면서 통화뿐만 아니라 실제 대면에서 하는 대화에도 어색함과 낯섦을 호소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회사들도 청년 세대와 소통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그런데 이런 청년 세대의 콜 포비아를 넘어선 '대화 포비아'의 핵심에는 '불안' 혹은 '압박감'이 있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약자 입장에서 전방위적인 불안의 압박을 받고 있다. 취업 불안, 미래 불안, 주거 불안, 관계 불안, 각종 디지털 불안 등 사회와 문화가 끊임없이 불안을 조장하는 시대에서 콜 포비아와 대화 포비아 또한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불안한 청년 세대가 삶과 문화의 전반적인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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