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독일 켐니츠 공과대학의 올리버 G. 슈미트(Oliver G. Schmidt)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길이 0.8㎜, 폭 0.8㎜, 높이 0.14㎜에 불과한 이 초소형 로봇의 개발 목적은 인체 내에 삽입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약물 투여를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의료 목적으로 개발된 기존의 장치는 화학적으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모터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전기 에너지나 전자 장치가 없는 매우 단순한 시스템이어서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슈미트 교수팀의 마이크로 로봇은 폴리머 튜브가 과산화수소 등을 빨아들여 후면에서 배출되는 산소 기포를 생성하는 촉매 반응으로 추진력을 형성할 수 있는데, 그 반응의 범위를 리모컨으로 조절함으로써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때문에 그 연구 결과는 전자소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의 커버스토리로 소개될 만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슈미트 교수의 마이크로 로봇은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초소형 에너지 저장 장치와 인체에 사용해도 안전한 생체 적합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로봇의 추진 연료로 사용되는 과산화수소는 단백질, 막 지질 및 DNA를 산화시키는 등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므로 인체에서 사용할 수 없다.
먼지 한 점만 해도 AAA 건전지와 같은 전압
그런데 최근에 슈미트 교수는 마침내 자신이 만든 마이크로 로봇에 장착해도 될 만큼 작으며 생체 적합성이 있는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회로에 사용되는 커패시터는 전기적으로 충전지와 같은 기능을 갖는데, 전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 용량의 성능을 중점적으로 강화한 커패시터가 바로 슈퍼커패시터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슈퍼커패시터로 알려진 이 저장 시스템은 접근하기 어려운 인체 깊은 곳의 작은 공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미래의 혈관 내 임플란트나 마이크로 전자 로봇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는 부식성 전해질 등의 생체 부적합성 물질을 사용하고 있으며, 결함이나 오염이 발생하면 스스로 빠르게 방전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어 의학적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 슈퍼커패시터는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 혈액과 같은 체액에 사용할 수 있으며, 생체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자가 방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연구진이 혈액에서 테스트한 결과 이 슈퍼커패시터는 16시간 후에도 초기 용량의 70%까지 유지하는 우수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작은 바이오 슈퍼커패시터는 약 3㎣ 크기였다. 그러나 이번에 슈미트 교수팀이 개발한 바이오 슈퍼커패시터는 부피가 그보다 3,000배나 작은 0.001㎣에 불과하다. 먼지 한 점밖에 되지 않는 크기임에도 이 시스템의 전력 수준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AA 건전지의 전압과 거의 같은 1.6V인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실제 전류 흐름은 훨씬 낮다.)
혈액과 혈관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흐름 특성 및 압력이 지속해서 변화한다. 따라서 이곳에 삽입되는 장치 역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면서 그 같은 생리학적 조건을 견뎌야 한다.
실제 혈관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전력 제공
연구진은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혈관과 유사한 직경 120~150㎛의 미세유체 채널에서 다양한 흐름 및 압력 조건으로 테스트한 결과 바이오 슈퍼커패시터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슈미트 교수는 “새롭고 매우 유연하며 적응력이 뛰어난 이 장치가 생물학적 시스템의 소형화된 세계에 진출할 것을 생각하니 흥분된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로봇과 마이크로 모터 분야의 선구자인 슈미트 교수는 2010년에 최소형 인공 제트 추진 시스템, 2020년에는 최소형 마이크로 전자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슈미트 교수팀이 이번에 개발한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는 혈액의 수소이온지수(pH)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종양의 성장을 조기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장치에 의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pH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센서와 직렬로 연결된 3개의 바이오 슈퍼커패시터가 효율적이면서도 자율적으로 pH 측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진단 및 약물치료와 같은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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