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은 밀워키와 피닉스 중에 탄생하겠지만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밀워키도, 피닉스도 아니다. LA 클리퍼스와 폴 조지가 주인공이다. 훗날 이번 시즌을 돌이켜봤을 때 그저 피닉스의 지나간 상대 중 한 선수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조지의 외로웠던 사투를 기록하려 한다. (*기사는 NBA 파이널이 진행 중인 7월 19일 기준 작성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플레이오프가 다가올 때마다 조지에겐 ‘Playoff P’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소속으로 치르던 유타 재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6점을 기록한 뒤 조지는 자신에게 ‘Playoff P’란 칭호를 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지가 자신을 위한 별명을 만든 이후 그의 경기력은 그다지 Playoff P와 어울리지 않았다. 한 경기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면 반드시 다음 경기는 대역죄인 수준의 슈팅 효율을 기록하곤 했다. 에이스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던 팀은 시리즈에서 승리할 수 없었고, 2017-2018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1라운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조지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속팀이 LA 클리퍼스로 바뀌면서 1옵션을 카와이 레너드에게 내주고 2옵션이 됐지만, 기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레너드의 꾸준한 활약과 비교되어 더 많은 비난을 받을 뿐이었다. 클리퍼스로 이적한 후 치른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조지는 27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의 기복을 지우는 듯했다. 29득점을 올린 레너드와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나쁘지 않은 야투 성공률(FG 45.5%)과 수비에서의 적극성도 보여주면서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댈러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6경기에서 조지가 20점 이상 기록한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했다. 다행히 시리즈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레너드 덕분에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시리즈를 결정짓는 6차전마저도 조지는 15점에 야투 성공률 31.6%에 그쳤다. 아무리 레너드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조지의 기복 있는 모습은 상당한 불안 요소였다.
불안 요소는 덴버 너게츠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에서 터지고 말았다. 롤러코스터급 기복을 드러낸 조지는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10점, 야투 성공률 25%, 턴오버 5개로 득실마진 -20이라는 최악의 경기를 펼치면서 또다시 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기복 없는 경기력의 대명사였던 레너드마저 부진하자 클리퍼스는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혔던 클리퍼스는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버블을 벗어났다.
많은 팬들은 조지의 경기력이 바닥을 칠 때마다 그를 Play off P, 혹은 Playoff Pee라며 조롱했고 그에게 4년 1억9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안겨준 클리퍼스 프런트를 비판하기 바빴다. 조지는 자신에 대한 구설수에 민감한 선수였다.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가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는 것은 그다지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여전히 많은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조지에게 2020-2021시즌은 전환점과 같았다.
서부지구 4번 시드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조지와 클리퍼스의 첫 상대는 지난 시즌 1라운드에 맞붙었던 댈러스 매버릭스였다. 조지의 슈팅 기복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저조한 야투 성공률을 기록한 날에는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집중력을 보여줬으며 3점슛이 터지지 않는 날에는 적극적인 림어택을 통해서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펼쳤다. 20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던 경기가 잦았던 지난 1라운드와는 달리 7경기 모두 20득점이 넘는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기복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조지는 점점 Play off P에서 Playoff P가 되고 있었다.
댈러스와의 치열했던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만난 다음 상대는 정규리그 전체 1위 유타 재즈였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공수 밸런스를 보여주며 리그 1위를 차지한 유타는 만만치 않았다. 유타의 안방에서 치러진 1, 2차전은 모두 유타의 승리로 끝이 났고 유타의 에이스 도노반 미첼은 두 경기 평균 41득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뿜어냈다. 1라운드에서도 슈팅 성공률이 썩 좋지 못했던 조지는 유타와 치른 첫 경기부터 23.5%라는 처참한 수준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차전에선 조금 나아진 활약을 펼치긴 했으나 미첼의 압도적인 활약을 무마할 정도는 아니었다.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조지는 진정한 Playoff P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레너드 없이 치른 5차전에서 조지는 37점(FG 54.5%) 16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2블록이라는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조지는 무덤덤 했다. “레너드의 빠른 회복을 빈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플레이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레너드의 부상에 과잉반응하지 않는다”며 레너드의 부상을 개의치 않았다.
6차전 클리퍼스는 테렌스 맨의 깜짝 활약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조지도 28득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다. 원투펀치를 이루던 한 축이 빠져나갔지만 조지는 그의 말대로 동료들과 함께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었다. 피닉스와의 치러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조지의 활약은 이어졌다. 크리스 폴과 데빈 부커가 건재한 피닉스를 상대로 조지는 고군분투했으며 5차전에서는 자신의 플레이오프 커리어하이인 41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지의 경기력은 분명 훌륭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부커와 폴, 디안드레 에이튼이 건재한 피닉스는 견고한 성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공수에서의 부담이 너무 컸던 조지는 6차전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파이널 진출의 주인공은 클리퍼스가 아닌 피닉스였다. 조지는 시리즈가 끝난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담긴 인터뷰를 남겼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시기에는 보통 건강한 팀이 승리한다. 우리는 좋지 않은 쪽으로 운이 좋지 않았다.”
전 NBA 선수였던 제일런 로즈는 폴 조지를 두고 ‘그는 슈퍼스타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조지가 올-NBA 팀에 합류했다고 해서 슈퍼스타인 것은 아니며, 우리가 그를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지가 슈퍼스타임을 부정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조지는 슈퍼스타에 근접한 선수였다.
#폴 조지 프로필
1990년 5월 2일 미국 출생, 205.7cm 99.7kg, 스몰포워드/슈팅가드
2010년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 인디애나 페이서스 지명
올 NBA 팀 6회, NBA 올스타 7회 선정
2020-2021시즌 평균 23.3득점(FG 46.7%) 6.6리바운드 5.2어시스트 기록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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