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경수는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잘한 점보다 부족한 점이 더 눈에 띄는 신인이라지만, ‘연기 9단’ 황정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과 열정만큼은 ‘10점’을 줘도 지나치지 않은 첫 발이었다.
류경수는 극 중 인질범 중 1명인 염동훈 역을 맡았다. 냉정함을 잃지 않는 1인자와 달리 다혈질적인 2인자 염동훈은 수시로 황정민을 자극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기질을 가진 인물이다. 지난해 방송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살짝 보여줬던 전직 조폭 최승권의 삐딱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캐릭터라 볼 수도 있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역을 꿰찬 류경수는 “염동훈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면서 “굉장히 ‘직진’하는 느낌의 인물이어서 촬영할 때도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라쓰’의 캐릭터를 강화했다는 평가는 오해다. ‘인질’을 먼저 촬영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이기 때문에 ‘인질’ 오디션은 더욱 큰 산 같았다. 당당히 그 산을 넘은 그는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때, ‘우와 잘됐다’보다도 부담이 더 컸다. 특히 대본을 보면 황정민 선배님과 계속 붙어서 만들어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잘해낼까 이런 고민이 바로 들었다”며 “사실 ‘이태원 클라쓰’보다 이 영화를 먼저 찍었고, ‘이태원 클라쓰’도 제가 될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카메라 속 황정민은 류경수가 대적해야 할 상대였지만, 카메라 밖 황정민은 한없이 자상하고 믿음직한 선배였다. 황정민은 류경수를 비롯해 신인급 배우들과 합숙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연습하고 수시로 밥을 먹였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촬영 때도 류경수는 더 힘을 내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선배님, 대배우님이기 때문에 저와 함께 장난을 치는 게 신기했다. 볼링을 쳤을 때도 재밌었다. 어복쟁반을 사주셔서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다.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같았고, 정이 많으셨다. 또 쌈을 싸서 주시더라. 남자분한테 쌈을 처음 받아봤다”면서 “산에서 찍은 추격신이 기억에 남는다. 저는 20대였고, 선배님은 50대였는데 촬영이 끝나고 숨이 차는 느낌도 없어서 체력적으로 정말 철저하게 준비가 돼 있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나이 대가 돼도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류경수는 지난 2007년 우연히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단역으로 카메라 앞에 선 후 연기에 매료돼 단편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데뷔연도를 따졌을 때는 ‘신인’이라 부르기 힘들지만, 마음가짐만큼은 여느 신인보다 더 다부지다. 연기가 ‘재미있어서’ 연기를 업(業)으로 삼게 됐다는 그에게 ‘인질’은 엄청난 자양분이 됐다.
“황정민 선배께 물으니 여전히 연기할 때 심장이 뛴다고 하셨어요. 저도 심장 뛰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인질’은 제게 성장의 밑거름이 된 작품이에요. 양궁으로 치면 첫 발을 쏜 느낌이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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