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 특성상 항상 안 좋은 면만 보다가 좋은 이야기만 모아서 읽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번만큼은 여야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 함께 '국뽕'을 맞는 회차가 될 것 같네요. 역대 대통령들은 각자 강점에 따라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씩 높여 왔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에 언급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이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했음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는 역시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이면서 가장 훌륭한 올림픽까지 치러 한국의 위상은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전 세계 속에서 전혀 달라져 있었다"며 "나라 안에서보다 밖에 나가면 동서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달라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1989년 6월 9일 한국일보 창간 35돌 기념 특별회견).

김영삼 전 대통령은 수십 년에 걸친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정부를 탄생시킨 장본인답게 정치 분야에서 국격 상승을 논하는 연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199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도자회의 참석 후 귀국 연설에서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져 있다. 경제력 때문만이 아니다. 문민정부를 이룩하기까지 고난에 찬 민주화 과정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개혁정책이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나라를 넘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가 됐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도 수혜국에서 벗어나 남을 도울 줄도 아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나? 세계화는 국제사회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세워나가고 실익도 확보해 나가는 것"이라 힘주어 말했습니다(1995년 3월 9일 동아일보 창간 75주년 특별회견). 같은 해 11월에는 오사카 재일동포 초청 리셉션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5개 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대외개발원조를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날의 '받는 나라' 입장에서 이제는 '주는 나라'로 바뀐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아쉽게도 국격을 논하는 연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임기 말 닥친 외환위기로 큰 어려움에 처했던 탓인데요.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위상을 다시 드높이는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오늘날에야 K팝, K드라마를 포함해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요소들이 넘쳐나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북한 덕분에 외신에 등장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던 중 전 세계에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이 2002년 한일월드컵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상암경기장 상량식 연설을 통해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아올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을 통해 문화한국,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도록 관계자 여러분의 특별한 노력을 당부드린다"며 "월드컵 개최가 문자 그대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도 유일한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그는 200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해 "저는 이번 평화상 수상식과 스웨덴 방문을 통해 분에 넘치는 칭찬과 환대를 받았다"며 "이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덕택이다. 우리는 세계 속에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을 관철시킨 바 있는데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시로 이라크 파병부대를 통해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지고 국격이 신장됐다고 연설할 정도로 평가받는 결정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APEC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라크 파병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중국 기자들이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2013)을 보고 "그런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니 부럽다"고 말해 인상 깊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격'이란 표현을 연설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대통령입니다. G20을 개최하면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G20 개최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09년 세계한인회장대회 축사입니다. 여기서 이 전 대통령은 "내년이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어 세계 20개국,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회의를 주최할 수 있게 된다"며 "정말 한국의 국격이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대통령의 연설 지난회차]
1회 - 박정희 "여러 대책에도 집값 올라" 사죄…부동산전쟁 60년
2회 - 집값 잡기에 가장 간절했던 대통령…盧 아닌 MB?
3회 - 野서울시장 칭찬한 유일한 대통령…盧 "청계천으로 서울 환해져"
4회 - 여가부 만든 노태우…女공천확대 요청엔 "여자들이 안뽑아"
5회 - 커지는 젠더갈등…軍가산점 폐지한 대통령 누구
6회 - 盧 "불리한 경선룰 수용할 줄 알아야…나도 MB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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