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방산원가구조 개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한겨레

[왜냐면] 최기일 ㅣ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방위사업학 박사 국가 방위산업을 이해함에 있어서 민간의 시장논리를 단순 적용하여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분야로서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와 소수의 과점 및 독점적 공급자인 방산업체로 구성되며, 일반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정부로부터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로 인해 방산물자 계약은 대부분 경쟁보다 수의계약 및 개산계약 위주로 이루어져 실제 발생하는 원가자료를 근거로 협상에 의해 계약금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정교한 원가계산이 중요하겠으며, 방산원가는 군이 수요자인 각종 무기체계의 구매가격을 결정해주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 ‘원가’는 절감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원가 절감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달성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위산업 영역에서 원가를 절감하면 방산업체 매출과 이윤이 감소하는 일종의 ‘역진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방산업체가 하등의 동기 유인이 없는 상태에서 원가를 절감해야만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방위사업청은 ‘방산원가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여 지난 45년 동안 유지해왔던 방산원가 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정부에서는 원가자료를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객관적으로 지표화한 ‘표준원가’ 개념 도입을 통해 방산업체가 자구적으로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게 한다는 취지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예정원가(Will Cost)에서 시작해 실제원가(Actual Cost), 정당원가(Should Cost) 개념으로 진화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국방획득체계 개혁을 단행해 과학적 획득 사업관리 기법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사업 방식(EVMS, CAIV, PBL 등)을 도입,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원가를 합리적으로 절감했다. 단순 방산원가제도 개선만이 아닌 계약 및 사업관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국방획득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 혁신과 개혁을 통해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원가구조 개선 관련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해당 연구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에 대해서 객관적인 관련 근거를 요구함에도 못내 공개하지 못하는 연유를 두고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유발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표준원가’ 적용 시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순기능적 기대효과와는 정반대로 산업발전 위축과 연구개발 풍토를 저해함으로써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따라서 표준방산노임단가 적용에 있어 현행 업체별 실발생 노임단가 적용을 유지하거나 업체별 표준노임단가를 산정하여 적용하는 방안이 좀 더 현실적일 수 있겠다. 또한 ‘성실성 추정 원칙’ 도입은 방위산업 생태계에 대한 경영 환경, 제반 여건을 무시한 채 정부의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일방적 결정사항이므로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 방위사업은 복잡한 계약 및 사업 방식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시험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력화된다. 단순히 방산원가만 개선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하거나 예기치 못한 비효율성 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방위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수반된 정부의 유연한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겠다.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방산원가구조 개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한겨레 )
https://ift.tt/3gd7v3T


Bagikan Berita Ini

Related Posts :

0 Response to "“방산원가구조 개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