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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선별진료소에서 일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하고 싶은 말 - 청년의사

작년 1월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후 1년 반 동안 의료진은 각자의 위치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힘써왔다. 1차 대유행 당시 전국의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가 봉사활동을 했으며, 각 병원들은 별도의 ‘선별진료소’를 만들어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명지병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발빠르게 선별진료소를 만든 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한 환자의 진단검사를 하거나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는 곳 ▲확진자를 접촉한 적은 없으나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한 감기·폐렴·열 등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곳 ▲취업이나 요양원 입소, 해외 출국 등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만을 시행하는 곳 등 3개의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서주현 교수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서주현 교수

그러나 갑작스럽게 유행한 감염병만큼 급하게 만들어진 초기 선별진료소의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는 게 명지병원 서주현(응급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천막 바닥은 소독약을 수시로 뿌려 항상 축축했고, 그러다보니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이 발생하기도 했다. 선별진료소 임시 화장실은 여름에 아무리 소독해도 악취와 해충이 떠나지 않았고, 밤에는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이 음압기 흡인구에 수십 마리씩 붙어 있었다고. 

1년간 방역의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워 온 서 교수는 선별진료소에서의 이야기를 담아 신간 <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를 펴냈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료진으로서 느낀 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 <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먼저 1년간 선별진료소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한 의료진의 수고를 기록하고 싶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에서 잊혀질 테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진료 또는 간호를 하는 모습이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하는 모습 등 단편적인 모습만 남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고생한 분들의 노고가 잊혀지지 않으려면 이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역당국에는 실무자로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선별진료소의 실제 근무자로서 경험담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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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들도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응급센터마다 격리병상 수가 많지 않아 발열 환자를 일정 수 이상으로 수용할 수 없다. 기침을 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온 경우에도 감염 규정을 위반하는 행동일 수 있어 수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19 구급차를 타고 내원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구급대원이 수용 가능 여부를 전화로 일일이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전화는 1분 간격으로 오는 데 반해, 격리실 수가 한정적이므로 환자 수용에 어려움이 있더라.

- 향 또 다른 감염병의 등장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어떤 게 있다고 보나.

감염병의 기본은 ‘방역(防疫)’이다. 방역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격리가 기본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응급센터에 격리실을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유행하는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응급실 환자는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감염과 관련이 있다. 진단명도 대부분 ‘~염’으로 끝난다. 하지만 대학병원급으로 규모가 큰 병원조차 격리병상을 2~3개만 보유하고 있다. 응급실 내원 환자 상당수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열, 구토 설사, 호흡곤란을 호소함에도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다 같이 진료를 해왔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열이 나는 환자가 코로나19 환자일까 봐 격리실이 없는 경우 진료 거부를 하기에 이르렀다. 환자를 길에서 사망하게 하지 않고, 불필요한 시간·인력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응급실 병상 상당수를 1인실 또는 격벽 등으로 분리해서 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효율적이다.

또한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응급실은 재난상황이 닥치면 첫 번째 관문이 되는 곳이지 않나. 감염 전문가에 더해서 응급의학회나 중앙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의학의 대표자들도 감염병 대응에 협력자가 되길 바란다.

- 1년간 코로나19와 싸워 온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 방역체계에 대한 의료적 문제점은 코로나19와 싸워 온 의료진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방역수칙을 위반하려 한다고 여겨지거나 ‘밉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각각의 병원 사정을 다 알기는 어렵다.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접종해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환자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의료진은 비생산적인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얘기를 해야 한다. 감염병 확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환자가 잘 진료받고 의료진이 덜 고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건의하고, 방역당국 또한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방역정책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방역의 주인공이고, 방역당국의 동반자, 협력자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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