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법인을 차려놓고 기획부동산처럼 운영한 형제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방송에서 투자 전문가라면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법인 3개를 만들어 땅을 사고팔아 남긴 이득이 2백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에게 적용된 농지법은 처벌 규정이 약한데다, 이걸 위반했다고 구속된 사례도 별로 없어서 실제 어는정도 처벌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장혁진, 김용덕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투자 강의를 하는 부동산 전문가.
[박○○/부동산 컨설팅업체·영농법인 대표/음성변조 : "2000년대에 턱이라고 했는데 2020년 되니까 또 올라요 안올라요? 또 올랐잖아요. 그래서 이 세상은 (부동산) 턱은 없다는 거예요."]
경기도 평택이 유망하다고 강조합니다.
[박○○/부동산 컨설팅업체·영농법인 대표/음성변조 : "어느날 갑자기 S전자가 딱 들어오니까 벌써 그 쌌던 땅값이 백만 원, 2백만 원 오르는 엄청난 도시로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남에게 권유하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형과 함께 영농법인 3곳을 만들어 주로 평택 고덕신도시 주변 농지를 집중 매입했습니다.
무려 198필지에 약 50만㎡ 규모...땅을 사들여 지분을 쪼갠 뒤 1년 안에 투자자들에게 되팔았습니다.
등기부등본에 적힌 법인의 목적은 영농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 기획부동산처럼 운영된 겁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직원/음성변조 :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업체가 농지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서 말씀 좀 듣고 싶어서 전화드렸거든요.) 오늘 아마 안 들어오실 것 같은데…."]
경찰 수사 결과 박 씨 형제는 지난 2015년 이후 4백여 명에게 650억 원어치의 땅을 판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매매 차익 규모가 270억 원 정돕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수사가 시작된 뒤 농지법 위반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건 처음입니다.
구속 여부는 내일(27일) 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심사에서 결정됩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기소 전 몰수 보전’도 불가능…영장 발부 여부 주목
이곳은 문제의 영농법인이 지난 2017년 매입했던 5천8백여 제곱미터의 논입니다.
땅을 사고 2개월 뒤부터 나눠 팔기 시작했는데, 현재 소유자들은 서울 전북 경기 등 모두 타지역 사람들로 11명에 달합니다.
당시 매입 금액은 8억 8천여만 원. 9개월 동안 약 16억 원을 받고 땅을 다 팔았는데 수익률이 80%가 넘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막대한 차익을 벌어들였지만, 범죄 수익을 사전 동결하는 '기소 전 몰수 보전'은 신청되지 않았습니다.
LH 등 부패방지법 위반 투기 수사에서 그동안 650억 원이 넘게 몰수 보전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소 전 몰수 보전'이 가능한 대상에 '농지법 위반'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이례적입니다.
[전이섭/변호사 : "농지법 위반의 경우 구속되는 경우가 흔치 않고, 대부분 수백만 원 가량의 벌금형에 그치는 사례가 많은데요. 형사적 쟁점보다 상속이나 양도에 따른 세금 문제 등의 민사적 사건이 많은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농업계획서가 허술하게 관리돼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등 농지법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지만, 공직자가 연루된 일부 사례를 제외한 농지 투기 사범을 처벌할 근거는 사실상 농지법 말고는 없습니다.
제도 보완이 절실한 이윱니다.
[박효주/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 "(현재) 토지초과이득세 같은 부분이 없기 때문에 농지에 대해서 (투기) 차익이 발생하더라도 (주택과 달리 투기) 이익에 대한 환수 장치가 굉장히 미비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경찰은 투기 사범을 강하게 처벌하겠다며 다른 영농법인 100여 곳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어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오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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