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종시에 '유령 청사'를 짓고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까지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공무원 특공 제도 폐지' 여론이 일고 있다. 세종시의 주택가격이 크게 뛴 상황에서 공무원 특공은 과도한 특혜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로또 분양' 논란은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따른 결과일 뿐, 특공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공무원 정착 위해 도입된 특공, '재테크'로 변질?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특공 제도는 세종시 내 신규 분양 아파트 일부를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로, 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행됐다. 현재까지 세종시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의 23.6%(2만6,163가구)가 특공 아파트다. 경쟁률은 7.5대 1로, 일반분양(153.1대 1)보다 크게 낮다.
문제는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특공 제도가 '공무원들만의 로또 분양' 수단이 됐다는 점이다. 관평원 직원 5명이 당첨된 한뜰마을6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A씨는 "전용 84㎡ 기준 최대 8억~9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며 "특공 제도를 이용해 목 좋은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따낸 셈"이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실거주 의무 등이 없던 점을 이용, 특공 아파트로 임대수익을 챙긴 사례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까지 특공 아파트 중 약 10%가 전·월세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특공 아파트를 전세 놓다 팔아 2억여 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폐지 찬성 "투기 수단으로 변질된 '로또 특공', 일반 국민 박탈감만 안겨"
이런 부작용이 지적되자 정부도 2019년부터 특공 제도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손보고 있지만, 시민사회에선 "이참에 공무원 특공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진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날로 어려워지는데 공무원들이 특공으로 상당수를 가져가니 주민들 원성이 자자했다"며 "특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도시 혁신을 이유로 도입했지만 결국엔 공무원들의 재테크로 변질됐을 뿐"이라며 "정부가 제도를 고치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역부족이기 때문에 폐지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폐지 반대 "갑자기 오른 집값에 불거진 논란, 지방 활성화 위해 필요"
반면 공직사회는 특공 제도를 투기 수단으로 보는 여론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어 미달이 나던 것이 공무원 특공"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2013년 분양한 호반베르디움은 특공 경쟁률이 0.12대 1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또 분양' 또한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초까지 90.3과 101.2 사이에서 움직이던 세종의 매매가격지수는 이후 1년 만에 140선으로 급등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가격이 갑자기 뛰어 의도치 않은 시세차익이 발생해 국민 눈높이에 안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특공 제도가 지방 도시 활성화에 기여한 공이 큰 만큼, 섣부른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기관이나 기업의 이전 정책에서 자가 주택을 보장하지 않으면 금세 다시 원 지역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며 "하물며 집값이 너무 오른 세종에서 직원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 공급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전하지 않으려는 저항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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