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엑시옴 스페이스를 비롯한 우주관광업체들이 전문 우주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상품을 속속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여행상품은 우주를 안전하게 여행할 우주왕복선 좌석을 확보해준다. 우주비행사 훈련과 우주 유영 훈련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우주여행에 이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으로는 러시아연방우주청 로스코스모스(Roscosmos) 소유즈(Soyuz)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에 나가기 위해 구입한 러시아 소유즈의 좌석은 9000만 달러(약 1010억 원), 크루 드래건은 5500만 달러(약 617억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미국 우주왕복선이 모두 퇴역한 이례로 NASA는 러시아 소유즈를 통해 우주비행사들을 우주로 보내왔다. 매해 6개가량의 좌석을 구매해 미국 우주비행사들과 일본, 캐나다, 유럽우주국 등의 파트너 비행사들이 함께 사용해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스페이스X가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자, 크루 드래건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캡슐형 유인 우주선이다. 이를 이용한 여행상품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NASA 우주비행사들이 더는 소유즈에만 의존하지 않게 됨으로써 소유즈의 좌석 또한 일반 관광객에게 제공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우주여행상품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민간 우주인 탑승 명단에는 늘 대부호의 이름들이 오르곤 한다. 9월에는 미국 사업가 재러드 아이잭먼이 구성한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팀이 크루 드래건을 타고 우주로 나간다.
비행조종사 출신인 그는 과거 자신의 비행 기록을 경신하면서 난치병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이벤트를 통해 기부 문화를 독려해왔다. 이번 우주여행도 소아암 치료 연구를 후원할 목적으로 1억 달러(약 1122억 원)를 모금했다. 그는 좌석 4개를 구입해 추첨 방식으로 지원자 3명을 선발하고 우주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전원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인스퍼레이션4팀은 약 540㎞의 지구 저궤도를 2~4일 비행한 뒤 귀환할 예정이다.
12월 ISS를 여행하는 소유즈 MS-20의 탑승객 명단에는 일본의 괴짜 억만장자로 알려진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의 촬영기사 히라노 요조가 올라 있다. 마에자와가 소유즈에 탑승하는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달에 가기에 앞서 좀 더 가까운 우주비행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마에자와는 2023년 달에 가까이 가는 스페이스X 스타십 여행의 8개 좌석을 구입했다. 자신이 경비를 대고 함께 여행할 동반자를 모집하고 있다.
또 다른 목적은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주여행이 개인적 경험을 넘어 공공의 경험이 되길 원한다”며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집 중이다. 우주에서 방귀를 뀌거나 포켓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등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지구 위를 여행하는 일반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우주여행 계획 및 실행 과정을 공유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ISS에 머물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0월 소유즈 MS-19에 탑승할 러시아 영화감독 클림 시펜코와 영화배우 율리아 페레실드는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ISS로 간다. 장편 ‘도전’은 로켓 및 우주산업과 우주선 개발에 관한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과학영화다. 우주에 가기 전 지상에서 무중력 비행을 비롯한 각종 비행 테스트와 특별 훈련을 수행하는 과정부터 방송 콘텐츠로 제작해 러시아 TV 채널 ‘채널 원’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ISS에서 새로운 SF영화를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출한 더그 리만 감독과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제작에 NASA와 일론 머스크가 후원키로 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하면서 화성 이주 계획 실현은 물론, 우주여행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매거진 ‘스페이스닷컴’을 통해 “민간 우주여행은 모든 사람을 우주에 가까이 가게 만드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아직은 고가이나 점차 비용을 낮추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1호에 실렸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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