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본성이 실현되는 과정을 쇼펜하우어는 이성을 부정하고 근절해 가는 과정이라고 본 반면, 원효 스님은 욕망을 정화하고 통찰력을 증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한구)은 4월20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초청 4월 화요열린강좌’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린 화요열린강좌에서 박 교수는 ‘원효와 쇼펜하우어’를 주제로 쇼펜하우어와 원효 스님의 사상에 대한 이해와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교수는 “쇼펜하우어는 대표적인 염세주의(厭世主義) 사상가로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다”며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상대방의 이성이 아닌 상대방의 이익, 욕망, 의지에 호소해야 한다는 게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쇼펜하우어는 서양철학자 중 인도철학과 불교를 가장 높이 평가한 사상가로 유럽에 불교가 전파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주었다”며 “그는 인도철학과 불교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의 인격신을 부정하며, 일상적 삶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고,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욕망에서 벗어나야 하며, 고통과 함께하는 동정과 자비의 윤리를 설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불교와 닮은 듯 보이지만 욕망의 근절을 위해 고행을 주창하고, 고통은 맹목적인 생의 의지로 인해 극복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불교와 다르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이어 “원효 스님의 사상은 자신이 집착하는 세간적인 존재자들의 생멸부침에 따라 방황하는 삶인 ‘생멸심’과 생멸심 안에 숨겨진 본래적인 삶의 가능성인 ‘진여심’으로 요약된다”며 “우리에게는 본래 청정한 진여심만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겪는 온갖 망상과 번뇌에 따른 무명으로 인해 실제가 왜곡된다는 게 원효 스님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상의상자(相依相資)하는 상태로 존재한다”며 “세상의 존재가 서로 대립·갈등하는 것도 우리가 무명에 사로잡혀 서로 다른 존재로부터 고립된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원효 스님의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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