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자기야'는 무려 9년간 440부작(2009년 6월~2018년 9월)으로 방영된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연예인 부부의 신변잡기를 풀어내는 게 기본 포맷이었고, 후에 '자기야 백년손님'으로 타이틀이 바뀌었지만, 정상적인 가정사보다는 불협화음이 있는 얘기가 주로 나와 시청자들한테는 호기심을 안겼다.
애초 의도는 연예인 부부를 중심으로 사위와 장모, 또는 며느리 등의 가족간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내 소통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방송의 특성상 좋은 얘기보다는 부정적 얘기에 주목도가 쏠리다 보니 분위기는 늘 싸늘했다.
해묵은 감정들이 경쟁하듯 폭로되고 극에 달할 때까지 치받다가 화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출연한 연예인 부부들은 어느 순간 경쟁에 내몰리고, 상대방이 바로 아내 또는 남편이란 사실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실제보다 부풀려 강도 높은 헤집기로 감정을 건드렸다.
때론 없는 얘기까지 만들어 둔갑시키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념이 과해지면 입맛이 무뎌지고, 나중엔 마약 같은 극약처방이 있어야 계속 붙들 수 있다.
문제는 내 남편 내 아내가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녹화가 끝나자 마자 격한 싸움을 한다거나, 아예 꼴도 보기싫어 각자 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말은 지금도 방송가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문제 없던 부부 사이가 방송 출연 후 악화돼 갈라서는 일이 차츰 잦아졌고, 자그마치 10여쌍이 이혼해 이른바 '자기야의 저주'로 불리기도 했다. 양원경 박현정 부부, 이세창 김지연, LJ-이선정, 배동성, 김혜영, 이유진, 김동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부의 단점을 헤집는 의도적인 설정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된 셈이다.
일정한 틀(포맷)을 갖춘 프로그램에 노출될 경우엔 심하게 왜곡되기도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착한 모습으로 자주 노출돼 세상에 둘도 없는 젠틀남으로 소문난 남자배우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대중스타의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미지가 단지 보여주기 위한 가식과 허상일 경우 껍질을 벗고 본모습으로 돌아온 뒤 갖는 허탈감은 오롯이 자기 몫이다.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는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부부싸움 후 방송 출연을 위해 부득이 행복한 척해야 한다면 미운 감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불화설은 함소원이 "일주일 만에 화해했다"고 밝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지금껏 방송에서 보인 꿀 떨어지는 이미지가 불편한 시선을 한껏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방송이 만든 허상,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eel@tf.co.kr
- 새로운 주소'TF.co.kr'를 기억해주세요![http://www.TF.co.kr]
- 걸어 다니는 뉴스 [모바일웹] [안드로이드] [아이폰]
- [단독/특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https://ift.tt/3b1plVT
엔터테인먼트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방송이 만든 `잉꼬부부`의 허상(虛像) - 스타투데이 - 매일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