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꼬리까지 2㎝, 마다가스카르 고산 열대림서 진드기 등 토양곤충 사냥 추정
세계에서 가장 작은 파충류로 기록된 카멜레온 브루케시아 나나. 코에서 항문까지의 길이가 1.35㎝인 수컷 성체이다. 이 카멜레온은 발견되자마자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프랑크 글라브 뮌헨 주 동물 종합연구소 제공.
손톱 끝에서 네 발로 넉넉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초소형 카멜레온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됐다. 다 자라야 코끝에서 항문까지 1.35㎝, 꼬리까지 합쳐도 2.16㎝인 이 동물은 양서류를 뺀 육상 척추동물(양막류) 가운데 가장 작은 동물로 기록되게 됐다. 프랑크 글라브 독일 뮌헨 주 동물 종합연구소 동물학자 등은 ‘브루케시아 나나’라고 이름 붙인 이 신종 카멜레온 발견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보고했다. 이제까지 가장 작은 파충류 기록은 이번에 발견된 종과 사촌뻘인 ‘브루케시아 미크라’로 항문까지의 길이가 1.99㎝였다.
2012년 가장 작은 파충류로 성냥개비 끝에 올라선 모습으로 데뷔한 브루케시아 미크라. 이번에 이 기록이 깨졌다. 프랑크 글라브 뮌헨 주 동물 종합연구소 제공.
연구자들은 2012년 채집한 카멜레온 표본을 연구해 이번에 신종으로 발표했는데 당시 수컷 1마리와 이보다 덩치가 조금 큰 암컷 등 단 2마리를 채집했을 뿐이다. 이 카멜레온은 고산 열대림 바닥의 낙엽 속에서 낮 동안 진드기와 톡토기 등 소형 토양동물을 사냥하다가 밤에는 풀잎에 올라 쉬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길이가 0.2㎜에 지나지 않는 기생벌 등 다수의 초소형 종이 발견됐지만(▶
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척추동물은 골격과 두개골 척추를 모두 갖춰야 하므로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척추동물 가운데 몸길이 1㎝에 못 미치는 동물은 인도네시아의 민물고기와 파푸아뉴기니의 초소형 개구리가 있다(▶
새끼손톱 안에 넉넉히 올라앉는 초소형 개구리 발견). 육상 척추동물은 작아질수록 체중 당 표면적이 커지기 때문에 수분 상실 위험이 커져 어디까지 소형화가 진행될지가 관심거리이다.
이번에 신종으로 보고한 초소형 카멜레온 암컷 성체. 수컷보다 커 항문까지 길이는 1.92㎝ 전체 길이는 2.89㎝이다. 프랑크 글라브 뮌헨 주 동물 종합연구소 제공.
이번에 양막류 가운데 가장 작은 종으로 확인된 카멜레온은 볏 장식과 등의 돌기가 없지만 골격은 똑같고 다른 카멜레온처럼 혀를 쏘아 곤충을 사냥한다. “주둥이가 뭉툭하고 눈이 상대적으로 큰 아기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초소형 카멜레온에서도 보이는 특징”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북부에서 서식하는 브루케시아 속 카멜레온 가운데 초소형 무리는 4000만∼5000만년 전 12종으로 분화했으며 어느 것도 몸길이가 3㎝를 넘지 않는다. 채집한 카멜레온이 어린 개체여서 작았을 가능성은 없을까. 연구자들은 “암컷의 난소에서 자라고 있는 알을 확인했고 수컷에서도 발달한 생식기를 확인해 모두 성숙한 개체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상 파충류이지만 수컷 카멜레온의 생식기는 다른 카멜레온에 견줘 상대적으로 매우 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다른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수컷 생식기는 두 갈래로 가지 친 형태로 짝짓기 때마다 다른 쪽을 사용한다. 연구자들은 “암컷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커 짝짓기를 위해 생식기의 크기가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톱 위에 앉은 브루케시아 나나는 편안해 보이지만 좁고 하나밖에 없는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어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크 글라브 뮌헨 주 동물 종합연구소 제공.
이 카멜레온이 발견된 곳은 산악 열대림 지역의 한 곳으로 면적이 100㎢ 이내인데 화전과 방목이 활발해 서식지 훼손 우려가 매우 크다. 연구자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보전 등급의 최상위인 ‘위급’에 해당한다”며 시급한 보호조처를 촉구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8095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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