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여성 가사노동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 - BBC News 코리아

수티크 비스와스
BBC 인도 특파원

한 시간 전

An Indian housewife reads an election pamphlet distributed by Bhartiya Janta Party (BJP) supporters outside her house during a campaign rally in Mumbai on April 10, 20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충격이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흥미로운 논쟁이다. 국제 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은 하루 최대 345분을, 대만 여성은 168분을 무급 노동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남성은 가사노동에 83분, 여성은 남성의 3배가 넘는 265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주부도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임금을 받아야 할까?

인도의 1억6000만 가정주부들은 집을 치우고, 청소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생활비를 관리한다. 돌봄노동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를 돌봐야 하고, 시댁 식구를 챙겨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인도에서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297분, 남성은 31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남성의 25%가 가사노동을 하지만, 여성의 80%가 가사노동을 한다.

사실 인도 법원은 반세기 넘게 주부들에게 무급노동에 대한 보상을 해왔다. 그러나 보상은 주부들이 죽고나서야 이뤄졌다.

프라바 코티스워런 런던 킹스칼리지 법학 교수는 인도에서 1968년에서 2021년 사이 접수된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 200여 건을 살펴봤다. 그는 인도 법원이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를 책정할 때,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인정하는 법적 제도를 시행해온 것을 발견했다.

인도 법원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주부의 경우 이를 가사종사자로 인정해 유족에게 휴업손해금을 포함한 위자료를 책정했다.

판사들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산정 과정에서 여성들의 기회비용을 살펴봤다. 이 경우, 기회비용은 무보수 가사노동을 포기하고 직업노동에 참여할 경우에 벌어들일 수 있는 잠재적 소득을 뜻한다. 기회비용은 여성의 연령과 학력, 자녀 유무, 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측정한다.

지난 12월, 한 판사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33세 주부의 유족에게 170만 루피(2570만6000원)의 사망 위자료를 지급했다. 법원은 가사노동에 대한 월급을 5000 루피(7만5000원)으로 측정해 위자료에 포함했다.

대법원 기록을 보면, 34~59세 전업주부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해 월 최대 9000루피(13만6000원)를, 62~72세 노년 여성에게는 이보다 낮은 액수를 지급했다. 법원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돌봄 노동이 줄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여성의 나이가 들수록 위자료 금액은 줄었다.

법원은 가능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위자료를 측정했다. 한 판사는 결혼을 '동등한 경제적 관계'로 보고 전업주부의 월급을 남편의 월급 절반으로 측정하기도 했다.

코티스와란 교수는 1966년 판결에서 주부의 휴업손해금에 대한 언급을 처음 발견했다. 당시 법원은 사망한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손해금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전업주부의 사망 위자료에서 휴업손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인도 법원이 여성의 기회비용을 인정하고 가사노동을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질문이 남아있다. 유족이 사망한 주부의 휴업손해금을 받을 수 있다면, 왜 여성이 살아있을 때는 가사노동에 대한 값을 지불받지 못할까?

코티스와란 교수는 "이 같은 판결을 참고해 가정에 큰일이 있을 때만이 아닌 정상적인 시기에도 주부들의 무급 업무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헌법과 가정법 인식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가정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여성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인도에서 감소하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업주부에게만 임금을 지불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가사종사자 전반에 대한 임금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도 무급노동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그는 많은 여성 단체들이 어떻게 하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가정 내 이뤄지는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논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도 엘리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입법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퇴보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실제로 책임지는 백만 인도 전업주부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월급 제안을 환영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현금 지원책으로 갈 것인가?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것인가? 이를 가족법에 명시할 것인가? 남성 가사종사자도 받을 수 있나? 트랜스젠더 주부도 받을 수 있나? 가사노동 임금이 지급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것인가?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다. 코티스와란 교수는 인도 사회가 이 주제를 두고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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