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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견한 사람들, 그리고 '헌법 10조의 시대'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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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M부스]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견한 사람들, 그리고 '헌법 10조의 시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이유>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습니다. 1935년에는 손기정 선수가 우승한 1만미터 달리기 경기의 결승점이었고, 1945년 백범 김구 선생이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고 외쳤던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 전국환영대회’가 열렸던 곳입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이 녹아 있는 유서 깊은 장소입니다.

그런데, 어제 행사에선 장소만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몇몇 ‘인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와대M부스]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견한 사람들, 그리고 '헌법 10조의 시대'
꿈 많은 청각장애인 이소별 씨>

남녀 두 명의 사회자 중 익히 알려진 배우 송일국 씨와는 달리, 한복 차림의 여성 사회자는 생소했습니다. 여성은 경축식 개회를 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25살 국민 이소별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 오늘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수화'와 함께였습니다. 이소별 씨는 청각장애인입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첫 마디를 뗀 이 씨는 보다 밝은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제 말이 잘 보이시나요?”

앞서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씨는 자신의 장애를 털어놨습니다. “3살 때 청각장애를 앓았다. 보청기를 끼고 있지만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얘기해야 미세하게 들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어릴 때보다 청력이 안 좋아졌다”고도 했습니다.

이 씨는 어려움 속에서도 밝았습니다. “수화로 뮤지컬 공연을 한 적도 있다”면서 “농인이지만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저 같은 농인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얘기했습니다.

어제 행사에서도 그 '당당함'은 그대로였습니다. 자신 있는 모습에 이 씨에 대한 평가도 바뀌어 갔습니다. 생중계 초반 ‘발음이 부정확하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던 MBC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들은 어느새 이 씨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M부스]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견한 사람들, 그리고 '헌법 10조의 시대'
100세 애국지사의 입장‥기다려 맞이한 대통령> 어제 오전 9시 58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행사장에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행사장에 들어서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보통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최종 입장자는 대통령입니다.

개회선언 직후 사회자 이소별 씨 소개로 등장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네 분의 애국지사들이었습니다. 올해 100세가 된 임우철 광복회 원로회 의장, 96세의 김영관 한국 광복군 동지회장과 이영수 광복회 고문, 92세의 장병하 광복회 대의원. 모든 것을 바쳐 독립을 이루는데 힘을 보탠 분들입니다.

중계 카메라가 이들의 걸음을 따라가는 동안, 단상 앞에 있던 문 대통령이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애국지사 한 분 한 분이 도착할 때마다 허리를 굽혀 정중히 맞이한 문 대통령은 네 분이 모두 앉은 걸 확인한 뒤 자리에 앉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들 애국지사를 재차 언급했습니다.

“오늘 경축식은 생존 애국지사님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떤 예우로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발전과 긍지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먼저 입장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파격’에 가깝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애국지사 네 분을 대통령 뒤에 모신 건 존경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애국지사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한 겁니다.

[청와대M부스]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견한 사람들, 그리고 '헌법 10조의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어르신'>

마지막 인물은 ‘이춘식 어르신’입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2005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분입니다.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 이 씨는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그런 이 씨의 발언 한 구절을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 인용했습니다.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죄송할 일이 아닌데도 나라가 힘들어질까 오히려 나라를 걱정하고 미안해 했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손해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는 약속을 덧붙였습니다.

‘헌법 10조’의 시대>

이소별 씨와 네 분의 애국지사, 그리고 이춘식 어르신이 유독 눈에 들어온 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주제와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헌법 10조의 시대’를 말했습니다. 헌법 10조, 즉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게 실현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탄탄한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에 헌신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을 끝끝내 찾아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나라,
억울하게 당한 피해를 끝까지 챙기며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나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나고 접한 이분들을 통해, ‘그런 나라’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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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6, 2020 at 07:0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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