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ESC] 인도에서 빚은 최고의 막걸리 : ESC : 특화섹션 : 뉴스 - 한겨레

jabaljuba.blogspot.com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작은미미. 사진 작은미미 제공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작은미미. 사진 작은미미 제공
인도 입성 첫해, 친구 결혼식 전야제에 갔었다. 친구는 화려한 헤나로 치장한 손으로 내게 생수병을 몰래 건네며 윙크했다. “작은미미를 위해 준비했어.” 응? 나만을 위한 물? 투명한 그 액체는 보드카였다. 몰래 술을 마셔야 하는 결혼식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도는 술을 금기시하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도 덕분에 ‘대놓고’ 술을 마시는 문화가 없다. 결혼식에서조차 술을 떳떳하게 내놓는 경우가 적다. 대신 애주가들은 나처럼 생수통에 몰래 넣은 위스키나 보드카를 홀짝이거나 결혼식장 밖에 있는 카바(CarBar)를 애용한다. 차 트렁크를 열면 그 안에 온갖 알코올류가 즐비하다. 솔직히 내가 체감한 인도인들은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신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대놓고’ 마신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와인 숍들이 3개월 만에 문 열던 날은 폭동에 가까웠다. 인도에서는 와인 숍에서만 술을 판다. 먼저 술을 사려고 서로 밀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없다. 술이 무척 고팠던 나도 와인 숍으로 향했으나 도저히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 입맛만 다시다가 돌아왔다. 나도 큰미미도 술을 참 좋아한다. 공연은 뒤풀이를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낮술 찬양송’도 만들었고, 팬들과 빚은 맥주를 나눠 먹었다. 그랬기에 본디 2주 예정이었던 봉쇄령이 3달로 늘어나자 나는 본의 아니게 금주로 인한 금단현상에 시달렸다. 미리 샀던 2주치 알코올이 바닥을 보이자 집 안에 숨어 있는 팩 소주를 악착같이 찾아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뒤 캔 맥주 한 모금 홀짝이는 게 일생일대의 소원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찬장 구석에서 막걸리 키트를 발견했다. 예전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쟁여놓았던 신문물이 아닌가. 발굴 순간 귀에서 환희의 송가가 울렸다. 입에서는 군침이 흘렀다. 비록 인스턴트였지만, 하룻밤 사이 집 안을 가득 채운 고릿한 냄새를 맡으며 이런 게 밀주를 빚는 마음인가 싶었다. 그렇게 만든 막걸리는 꿀맛이었다. 다음날 머리가 아팠지만, 길고 무료한 봉쇄령시대에 오아시스 같은 반가운 숙취였다. 인도엔 술을 아예 팔지 않는 지역도 있다. 가장 보수적인 동네인 구자라트는 힌두교 원칙주의가 대세라 주류 판매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밀주를 만들어 먹다가 죽는 사람도 많다. 암거래로 소비되는 주류도 제일 많다. 성스러운 갠지스강 주변인 바라나시에서도 맥주를 팔지 않는다. 그러나 식당 주인장에게 살짝 말하면 4배 비싼 가격의 맥주를 몰래 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주세가 아예 없어서 물 마시듯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주당들의 천국 고아 같은 곳도 있다. 맥주 한 병에 80루피(1400원 정도) 정도인 이곳은 크리스천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식당에서 소고기 메뉴조차 종종 볼 수 있다. 선거나 전국적인 축제 같은 국가적인 행사는 ‘드라이 데이’라 부르며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상식으로는 의문이 들지만, 아마도 술에 취한 대규모 흥분(?)을 막자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지난주에는 봉쇄령 6개월 만에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시작은 커피 사업을 준비하는 인도 친구 비빔의 갓 볶은 커피 맛을 보자는 것이었으나 다들 6개월간 알코올 한 방울도 섭취 못 했다는 얘기로 넘어가자 바로 커피에 보드카를 투입했다. 커피 칵테일로 우리의 낮술이 시작되었다. 항상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를 발리우드 클럽에 데려가던 심난은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꽂고 춤을 췄고, 비빔은 후추 뿌린 구아바를 포함해 집에 있는 모든 술을 꺼냈다. 아직 맛보지 못한 인도의 알코올이 궁금하다. 인도 북동 지역에서 만드는, 한국 막걸리와 비슷한 쌀로 빚은 술, 남부 고아의 코코넛 리큐어인 페니, 인도가 낳은 불멸의 명작 위스키라는 앰룻, 케랄라의 새콤달콤한 와인 토디 등. 언젠가 델리의 고급 바에서 한국 소주를 한 병당 1200루피(20000원 정도)에 팔았던 것이 떠오른다. 침이 꼴깍 넘어갔지만, 참았다. 위스키 전용 얼음을 넣은 컵에 소주를 부어 즐기는 인도의 힙스터들. 소주는 꺾어야 제맛인데 말이다! 작은미미(미미시스터즈 멤버·뮤지션·작가)

Let's block ads! (Why?)




August 27, 2020 at 07:39AM
https://ift.tt/3gyHvy2

[ESC] 인도에서 빚은 최고의 막걸리 : ESC : 특화섹션 : 뉴스 - 한겨레

https://ift.tt/3hnW8pl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ESC] 인도에서 빚은 최고의 막걸리 : ESC : 특화섹션 : 뉴스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