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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후 교역의 허브였지만
기독교·무슬림 종파 15년 내전
그 이후 주변국 대리전장으로
최근엔 경제위기·코로나 겹쳐
4일(현지시각) 폭발 참사로 4천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구조대원들이 다친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뉴스
내전과 실패 국가의 상징이 된 레바논에 원자폭탄 투하를 떠올리게 하는 대형 폭발 사건까지 일어나며, 레바논의 재앙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양문명의 발원지인 레바논은 한때 ‘중동의 스위스’로,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내전에 휩싸이며 ‘중동의 화약고’ 취급을 받고 있다. 레바논은 알파벳을 만드는 등 서양문명의 한 원류인 페니키아가 발원한 곳이다. 해상교역 세력인 페니키아는 지중해 일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지중해 교역을 주도했다. 그들이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 세운 카르타고는 로마와 지중해 패권을 놓고 포에니 전쟁을 벌였다. 레바논 지역은 고대 이후부터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교역의 허브였다. 여러 민족과 세력, 종교가 어울려 사는 다양성이 중동 지역에서 가장 잘 보장된 배경이다.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다가 제1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 통치령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했다. 교역 중심지 성격에다 프랑스 직할통치의 영향으로 독립 이후 다양성과 개방 속에서 번영을 누렸다. 독립 이후 레바논에는 18개 민족종교 집단이 공인됐다. 이 가운데 마론파 기독교, 시아파 무슬림,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3대 종파가 권력을 분점했다. 인구 비율은 범기독교계와 아랍-무슬림계가 비슷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으로 촉발된 팔레스타인 분쟁, 그에 따른 중동 분쟁의 파장 앞에 레바논의 다양성은 강점이 아니라 치명적 약점으로 바뀌었다. 무슬림 주민들의 출산율이 높은데다, 네차례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으로 대거 유입됐다. 아랍-무슬림계 주민 비율이 늘면서 갈등과 긴장이 고조됐다. 1975년 마론파 기독교계 주민에 대한 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마론파 기독교계 정당인 팔랑헤당 무장조직이 팔레스타인 난민을 학살하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촉발됐다. 당시 세계 냉전 구도와 겹친 내전은 서방 쪽에 기댄 기독교계와 사회주의권에 우호적인 좌파-범아랍세력-무슬림-팔레스타인 연합 사이의 대결로 진행됐다. 내전 과정에서 각 세력 사이의 이합집산이 거듭됐다. 시리아는 초기부터 레바논 정부의 요청으로 파병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소탕하려고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기도 했다. 내전은 1990년 타이프협정으로 공식 종료되기까지 15년6개월 동안 12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100만명 이상의 국내외 난민을 발생시켰다. 타이프협정에 따라 권력분점안이 마련됐다. 마론파 기독교, 시아파, 수니파가 대통령, 의회 의장, 총리 직을 하나씩 맡게 됐다. 128석의 의회 의석은 기독교계와 무슬림이 반분하기로 했다. 모든 무장조직이 해체됐으나, 시아파의 헤즈볼라는 예외였다. 내전 뒤 헤즈볼라를 후원하는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남부에서 준국가적 위상을 구축한 헤즈볼라를 소탕하려고,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을 침공했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헤즈볼라는 그 위상이 더 높아졌고, 그 후 이란을 대리해 시리아 내전 등 주변국 분쟁에 개입해왔다. 레바논은 지난해부터 극심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다. 4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등 실업률은 25%, 주민의 3분의 1이 빈곤선 이하, 세계 3위의 국가부채율, 외화보유고 고갈 등에 시달려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100억달러를 받기로 합의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경제 활동마저 봉쇄돼 생필품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폭발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질산암모늄 2750t이 6년이나 항구에 적치돼 있었다는 사실이 레바논의 현실을 웅변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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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6,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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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스위스'에서 내전에 폭발참사까지 레바논의 비극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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