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수천명 런던 의회광장 집결
“영국 역사와 기념물을 보호하자” 주장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 벌어져
화염병과 연막탄 자욱한 런던 심장부
존슨 총리, “경찰 폭행 용납할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의회광장에선 이날 수천명의 극우파 백인시위대가 주도한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런던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집회에 맞서기 위해 열린 극우파들의 시위였다.

사진=로이터
극우파 시위대는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날 오전부터 의회광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시위 내내 ‘잉글랜드’와 ‘토미 로빈슨’을 연신 외쳐댔다. 토미 로빈슨은 소수인종에 대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영국의 유명한 극우 정치인이다.
이들이 오후 2시께 의회광장 북쪽에 있는 트라팔가광장까지 행진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급히 막아섰다. 비슷한 시간 트라팔가광장에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열리고 있어 양측간 유혈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막아서자 극우파 시위대는 욕설과 함께 손에 든 술병과 화염병을 기마경찰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사진=AP연합뉴스
백인 시위대는 이 광경을 취재하던 취재진도 위협했다. 특히 기자를 비롯한 일부 동양인들에겐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동양인들을 향해 ‘코로나’라고 하거나, ‘너희 나라로 꺼져라’ 등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였다. 기자도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급히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사진=AP
지난 7일엔 런던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엔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처칠 전 총리가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대해 탄압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진=로이터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막을 씌운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의 모습. 사진=EPA
이들은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이 훼손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의회광장에 함께 세워진 넬슨 만델라와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급히 만델라와 간디 동상에도 보호막을 씌운 채 경비에 나섰다.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인종차별 항의시위는 이날 런던 북쪽 하이드파크에서 열렸다. 당초 이 시위는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극우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해 하이드파크로 장소가 변경됐다. 트라팔가광장과 의회광장은 걸어서 5분 거리다.
다만 이날 일부 흑인들은 트라팔가광장에 모여 시위를 강행했다. 이 시위에서도 경찰들과의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의회광장에 모여있던 일부 극우파 시위대와 일부 흑인들이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빚어졌다.

사진=EPA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찰에게 시위가 열릴 동안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수색할 수 있는 예외권한을 부여했다. 앞서 지난 주말 열린 인종차별 항위시위에서도 경찰들이 흑인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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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4, 2020 at 05:2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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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 ‘보복 폭력시위’에…전쟁터로 변한 런던 [현장에서]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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